자산운용사들이 다양한 메자닌펀드를 쏟아내고 있지만 투자자들 반응은 이전만큼 뜨겁지 않다. 상품이 워낙 많아지면서 투자금이 분산되고 있는 데다 운용사들 간 경쟁 과열로 투자자들 기대치에 부합할 만한 상품성을 갖춘 펀드를 쉽게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7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에이원투자자문은 지난달 13일부터 다섯 번째 메자닌펀드인 '파인아시아에이원시즌Ⅴ메자닌' 펀드 투자자 모집을 진행 중이다.
사모로 조성되는 이 펀드는 최소가입 금액이 1억원이며 설정 목표액은 1000억원이다. 20여 곳 증권사가 펀드를 판매하고 있지만 현재 400억원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 이대로라면 목표액은 끝내 다 채우지 못한 채 설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메자닌펀드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2일부터 투자자 모집에 나선 씨스퀘어자산운용의 'TF강남메자닌플러스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1호' 펀드에는 2주가 넘는 기간 겨우 35억원의 자금이 모였다.
작년 씨스퀘어자산운용이 내놓았던 다른 메자닌펀드들이 일주일 만에 평균 60억원가량 모았던 것과 비교하면 자금 유입 속도와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처럼 올해 출시된 메자닌펀드들은 인기가 이전만 못해 '완판'이라는 표현을 쓸 만한 일이 거의 없어졌다.
실제로 작년 메자닌펀드들이 투자자들에게 제시했던 기대수익률은 10%를 웃돌았지만 최근 출시된 메자닌펀드들의 기대수익률은 7% 내외로 내려왔다.
반면 상품 출시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뜨겁다. 운용사들은 지난달부터 줄줄이 메자닌펀드를 내놓으며 투자자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에이원투자자문과 씨스퀘어자산운용 외에도 플랫폼자산운용, 안다자산운용, 아샘자산운용, 라이노스자산운용, 히스토리투자자문 등이 메자닌펀드 출시를 준비 중이다.
3월에는 상장사들의 주주총회가 몰려 있는데 이후 쏟아져 나올 메자닌증권을 확보하기 위해 미리 자금을 마련해 두려는 것이다. 이때를 놓치면 우량 자산을 경쟁 운용사에 뺏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메자닌펀드시장 규모는 사상 최대 규모로 확대됐다.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2012년 578억원에 불과했던 메자닌펀드 설정액은 2013년 1083억원, 2014년 3430억원, 2015년 8093억원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으며 지난해에는 1조1740억원을 기록하는 등 급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메자닌펀드 설정액이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우량한 메자닌증권이 그만큼 충분히 발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메자닌펀드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지만 이 펀드들이 투자할 만한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증권 발행량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메자닌증권의 몸값이 높아지면서 기대수익률이 낮아지고 있는데다 어쨌거나 자산을 담아야하는 펀드들이 제대로 검증을 마치지 않은 기업에 투자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펀드 안정성도 하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PB는 "이미 메자닌펀드에 투자를 한 자산가가 많은데, 이들 대부분이 추가 투자는 꺼리는 분위기"라며 "아무래도 최근 출시되는 메자닌펀드들이 안정성이나 수익률 측면에서 예전만 못하다고 판단하는 듯하다"고 귀띔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메자닌펀드의 경우 발행 기업의 신인도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 <용어 설명>
▷메자닌펀드 :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같은 메자닌('층과 층 사이'를 뜻하는 이탈리아어)증권에 투자해 처음에는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얻다가 나중에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해 추가 수익을 올리는 상품.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