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M ◆
한국거래소는 기업 지배구조 공시제도를 도입해 비(非)재무 정보에 대한 공시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9일 밝혔다.
새 제도는 거래소가 선정한 핵심 원칙 10개 항목의 준수 여부와 미준수 시 객관적 이유를 기업이 투자자에게 설명(원칙준수 예외설명·Comply or Explain)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10개의 핵심 사항을 요약해보면 주주에 대해 보유주식 종류와 수에 따라 공평한 의결권 부여 여부, 이사회가 주주 이익을 위해 어떤 절차에 따라 경영 목표를 설정했는지와 관련된 내용, 이사 선임 절차의 투명성, 외부감사인의 독립성 같은 내용이 담긴다.
예를 들어 5조원대 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사업보고서 마감 후 5월에 외부 감사인이 독립적으로 감사를 수행했는지 스스로 평가해 약술한 지배구조보고서를 제출하는 식이다. 만약 독립적인 감사가 이뤄지지 못했다면 왜 그랬는지 서술하면 된다. 이 같은 내용을 기업이 스스로 보고하도록 하면서 투명성을 높이고 지배구조를 건전하게 유지하도록 하는 게 제도의 목적이다.
지배구조 보고 대상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로,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 이후 두 달 내에 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에 지배구조보고서를 제출하면 된다. 세칙 개정이 3월에 이뤄졌기 때문에 올해는 지배구조보고서 제출 기한을 사업보고서 제출 후 6개월 이내로 유예해줬다. 상장사의 사업보고서 제출이 3월에 몰려 있음을 감안하면 9월께 첫 지배구조보고서가 나오기 시작할 전망이다. 김성태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주요국들이 지배구조 모범규준 항목과 이에 따른 공시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글로벌 기업들도 지배구조보고서를 내게 될 것"이라며 "기업 이익 수준이 사상 최고치를 달리는 상황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 노력까지 더해지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호주·홍콩·일본·싱가포르 등 주요국들은 지배구조 모범규준과 보고서 등을 채택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지배구조가 의외로 낙후된 것으로 평가받던 일본도 2015년 6월 도쿄증권거래소가 기업지배구조 38개 세부 규칙을 만들면서 투명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코스피에서는 외국인 주식 보유 비중이 35%(460조원)에 달하는데도 지배구조는 낙후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기업 지배구조 국가별 순위(ACGA 기준)에서 아시아 11개국 중 8위에 그쳤다. 이는 싱가포르·홍콩·일본 등 금융 선진국은 물론이고 말레이시아·인도 등에 비해서도 떨어지는 등급이다. 다만 지배구조보고서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제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행하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는 없다.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제성을 두지 않은 것이다.
■ <용어 설명>
▷ 원칙준수 예외
[한예경 기자 /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