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H지수가 1년 만에 30%나 올라 1만 선을 넘기면서 평가손이 300만원으로 줄었다. 김씨는 "만기까지 기다릴지, 지수가 그나마 올랐을 때 환매하는 게 나을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H지수 폭락으로 인해 원금손실구간(Knock-In·녹인)으로 진입한 약 4조원 규모 ELS가 앞으로 1년 후면 집중적으로 만기가 도래한다. 투자자 입장에선 현시점에서 중도환매를 통해 손실폭을 줄일지, 만기 수익 상환을 기대하고 1년을 더 기다릴지 고민이다.
전문가들은 1년 후 H지수가 지금보다 떨어지면 원금손실 폭은 더 커질 수 있지만, 현재보다 15%가량 오르면 원금보전은 물론 20%가 넘는 초과수익도 노릴 수 있는 만큼 환매보다는 만기까지 보유하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12일 매일경제신문이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원금손실구간에 접어든 공모 발행 ELS 잔액은 2조4800억원이다. 여기에 사모 발행 등을 감안할 경우 원금손실구간에 진입한 H지수 ELS 잔액은 약 4조원으로 추산된다.
문제가 된 ELS 만기는 내년 3월 7일부터 도래하기 시작해 같은 해 5월 말까지 3개월간 집중돼 있다. 2015년 3~5월 H지수가 1만4000~1만5000까지 급등했는데, 이 당시 발행된 ELS들이 대거 원금손실구간에 들어간 탓이다. 최근 H지수가 오르면서 원금손실구간에 접어든 ELS의 평가손실은 최대 -30% 수준이다. 작년 초 평가손이 최대 -50%까지 커졌던 것과 비교하면 20%가량 줄어든 상태다.
파생상품 전문가들은 중도환매보다는 만기 보유를 권장하고 있다. ELS는 만기 3년 동안 기초자산 가격이 발행 당시에 비해 40~50% 이상 하락하면 원금손실구간에 빠진다. 다만 이 경우에도 만기 때 발행가격 대비 80% 이상으로 기초자산 가격이 회복되면 원금은 물론 수익까지 받을수 있다. 1년 후 만기 때 만약 지수가 지금보다 15% 정도 올라 1만2000선 가까이 되면 원금은 물론 3년간 약정된 수익 약 20%(연 7~8%)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지난 10일 종가 기준 H지수는 1만69를 기록했다. 현재 지수대가 만기까지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원금손실구간에 접어들었던 ELS 100억원 정도는 수익상환 조건을 이미 충족했다. H지수가 1만500까지 오르면 추가로 364억원, 1만1000까지 오르면 2630억원어치 ELS가 원금에 더해 수익까지 받을 수 있다. 또 H지수가 1만1500까지 오르면 1조1022억원, 1만2000까지 오르면 나머지 1조699억원까지 모두 손실을 면하고 수익 상환이 가능해진다.
천영록 ELS리서치 대표는 "ELS는 상품구조가 만기까지 가져갔을 때 가장 유리하게 설계돼 있어 가급적 중도환매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면서 "만기 전에 중도환매하면 원금의 3~5%의 높은 중도환매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론 H지수가 지금보다 하락하면 원금손실 폭은 커질 수 있다. H지수가 1년 사이 5% 이상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는 투자자라면 손해를 보더라도 중도환매를 선택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 기업들이 실적 개선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ELS 기초자산으로 많이 활용되는 5개 해외지수별 주가수익비율(PER)은 H지수 8.2배, S&P500 18.2배, 닛케이225 17.5배, 유로스톡스50 13.6배, 코스피200 9.6배다. H지수가 수익 대비 주가 수준이 가장 낮아 저평가 매력이 큰 셈이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