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M / 베인앤드컴퍼니 리포트 단독입수 ◆
16일 매일경제 레이더M이 단독으로 입수한 베인앤드컴퍼니의 '글로벌 사모투자 리포트 2017'에 따르면 글로벌 PEF 보유 투자 대기자금은 1조4660억달러(약 1680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투자 대기자금은 PEF가 글로벌 기관투자가들부터 출자받기로 약속했지만 실제 투자로 집행되지 않은 돈이다. 그만큼 기업 인수·합병(M&A) 시장 등에서 투자 기회를 노리는 돈이 넘쳐난다는 뜻이다.
최원표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PEF가 사상 최대 규모 실탄을 마련해 둔 상황이지만 기업들 역시 현금 곳간이 두둑한 상황"이라며 "M&A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년이 지남에 따라 기업들은 현금을 충분히 비축해 뒀다. 반면 주주가치를 높이려는 '행동주의 투자자'가 늘어남에 따라 기업들은 잉여현금을 소진하기 위한 압력에 노출된 상황이다. 경제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됨에 따라 기업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대안으로 M&A를 선호하면서 기업들 역시 M&A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향후 M&A 시장에서 'PEF 대 기업' 대결 양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PEF 보유 투자 대기자금이 사상 최대인 상황이지만 자금 쏠림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과거 성과(트랙레코드)가 검증된 대형 PEF로의 자금 쏠림이 극심하다. 최 파트너는 "기존 PEF에 투자했다 좋은 성과를 거둔 기관투자가가 재투자하는 수요와 더불어 새롭게 PEF에 투자하겠다는 기관투자가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아시아·태평양 지역 PEF에 투자했을 경우 연환산 내부수익률(IRR) 중간값은 12%다. 이는 같은 기간 동일 조건으로 아·태 지역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MSCI)에 투자했을 때 거둔 연환산 IRR 3% 대비 4배에 달하는 투자 성과다.
이 같은 투자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 인수(바이아웃) 전문 PEF가 지난해 빨아들인 시중 자금은 2210억달러(약 254조원)에 달해 2008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이 중 개별 펀드 규모 50억달러(5조8000억원)를 넘는 '메가 PEF'만 지난해 11개나 조성됐다. 이 같은 트렌드를 방증하듯 최근 자금 모집(펀드레이징)을 진행하고 있는 KKR아시아 3호 펀드는 몰려든 투자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조성 규모를 기존 70억달러에서 80억~90억달러로 증액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PEF로 자금이 몰려들고 있지만 향후 PEF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 파트너는 "M&A 시장 경쟁 압력 강화로 PEF가 기업 인수 이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능력에 대한 시장의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북미지역 M&A 시장에서 '인수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 비율은 지난해 10.9배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상황이다. 기업을 사들이는 데 쓰인 돈을 인수 시점에 해당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으로 회수하는 데 11년 가까이 걸린다는 뜻이다. 결국 회수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영업이익을 높여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능력이 PEF 간 성과를 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국내 PEF 시장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날 조짐이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이 PEF의 과거 투자 성과를 꼼꼼히 체크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글랜우드 PE, JKL파트너스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최근 눈에 띄는 신생 PEF가 눈에 띄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강두순 기자 /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