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보험사들이 회사별로 많게는 수천억 원대에 달하는 채권평가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 하락도 불가피하다. 상황이 이렇자 보험사들은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부랴부랴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16일 보험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국내 보험사가 보유한 매도가능채권은 478조원에 달한다. 채권금리 변동에 맞춰 시가평가를 해야 하는 매도가능채권 특성상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금리 상승(채권값 하락)은 곧바로 채권평가 손실로 이어진다. 업계에서는 국내 채권금리가 50bp 오르면 보험사 채권평가 손실이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는 보험료를 채권 등에 투자하면서 만기까지 보유할 채권(만기보유채권)과 중도 매각채권(매도가능채권)으로 나눈다. 만기보유채권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하지만 매도가능채권은 분기별로 실제 시장가치에 따라 평가손익이 재무제표에 곧바로 반영된다.
보통 장기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보험사들이 채권을 만기 보유하지만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채권평가 이익을 늘리기 위해 보험사들은 최근 수년간 만기보유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분류를 잇달아 변경했다. 한화생명은 2014년 15조7000억원, ING생명은 2015년 4조6368억원 규모의 만기보유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바꿨고 현대해상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등도 여기에 동참했다. 그런데 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매도가능채권 평가손실 규모가 커지고 RBC도 떨어질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채권평가 차익을 얻기 위해 보험사들이 단행한 '회계 꼼수'가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2021년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에다 미국 금리 상승까지 겹치면서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며 "시장금리 상승은 채권평가 손실을 늘릴 뿐 아니라 경기까지 위축시켜 보험 계약 해약률을 높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IFRS17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으로 한화생명은 이달 말까지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RBC가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