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상품 광고 못한다는데…`펫신탁`으로 간접홍보 고육책

KB국민은행이 반려동물을 위해 설계된 '펫(Pet) 신탁' 상품을 통해 신탁업을 적극 알리고 있다. 고객이 소유한 금전·부동산 등의 재산을 신탁회사에 믿고 맡기는 신탁(信託)업에 대한 구체적 홍보·광고는 현재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펫신탁은 기존 신탁상품과 달리 투자 목적이 아니라서 고객 홍보가 가능했다.
이에 따라 KB국민은행은 올해 초부터 'KB펫신탁' 입간판을 여자프로농구 청주실내체육관에 세우는 등 홍보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B 펫신탁'은 고객이 은행에 미리 자금을 맡기고, 본인 사망 후 은행이 반려동물을 돌봐줄 새로운 부양자에게 반려동물 보호·관리에 필요한 자금을 지급하는 금융상품이다.
이 상품을 기획한 김창원 KB국민은행 신탁연금그룹 대표는 "국내에는 아직 신탁업이 시작 단계라 신탁업 자체에 대해 알리는 게 필요하다"며 "KB펫신탁을 통해 수익성 확보라기보다 신탁업을 친근하게 알리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특정 신탁상품을 홍보할 수 없어서 신탁에 대한 인지도를 키우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일반 신탁상품은 고객이 금융회사 창구를 방문해 직원에게 신탁상품에 관심이 있다는 의사 표시를 해야 비로소 직원은 신탁에 대해 응대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1년 이상 장기 재산관리 신탁에 대한 광고 규제를 완화하고 위탁자 보호를 전제로 비대면 계약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탁 재산 범위 확대, 규제 완화 등을 담은 신탁업법 제정안을 10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진홍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광고 규제 완화로 방향을 잡고 있지만 조심스럽다"며 "집합투자업, 투자자문업 및 투자일임업 등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증권회사와의 형평성 논란이 야기될 수 있고,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광고·홍보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ELS와 같은 금전신탁이 아니라 유언대용신탁이나 펫신탁 같은 재산관리신탁에 한해 광고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