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證 20조 증여신탁 시장진출

신영증권이 연간 20조원 규모의 상속·증여 신탁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급격한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상속·증여 신탁업이 금융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영증권은 최근 상속·증여 재산에 대한 맞춤형 유언대용신탁 서비스를 해주는 '패밀리 헤리티지 서비스(Family Heritage Service)'를 시작했다.
유언대용신탁은 기존에 상속·증여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분쟁을 최소화하고 재산을 소유한 수탁자가 사후에도 안전하게 자산을 관리하고 상속까지 마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공증이 필요한 별도의 유언 작성 없이도 고객과 신영증권이 신탁계약을 맺음으로써 이행된다.
고객은 간편한 계약을 통해 전문가에게 자산 관리를 맡기고 사후에는 지정된 수익자에게 원하는 시점이나 분배 시기에 따라 재산을 물려줄 수 있어 사후에도 재산을 관리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 서비스의 주요 고객층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인 자산가들로 자산관리와 효율적인 상속·증여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된다. 다만 금융자산 1억~5억원의 고객들도 표준형 서비스를 통해 간편한 상속 설계가 가능하다.
금융업계가 개척해 나가야 할 상속·증여시장 규모는 매우 크다. 국세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신고된 상속·증여 재산가액은 매년 20조원을 웃돌고 있다. 다만 자산관리 역사가 길지 않은 국내 금융회사(수탁자)들은 고액자산가(위탁자)들이 믿고 맡길 만한 신탁 서비스를 제대로 마련해 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영증권은 이 서비스를 개시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상속·증여 신탁시장의 중요성에 주목한 경영진의 전략을 바탕으로 전사적인 준비를 지속했다.
관련 업무를 핵심적으로 수행할 '에셋얼로케이션(Asset Allocation)본부'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는 고액자산가 자문 업무를 담당할 법률·세무·부동산 전문 자문인력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패밀리 헤리티지 서비스'는 고객 자산을 위탁받은 시점부터 상속까지 안전하게 연결시키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김대일 신영증권 에셋얼로케이션본부장은 "유언대용신탁계약을 체결하면 생전에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 자산 형성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유사시에도 안전하게 지킬 수 있고, 사후에는 계약에서 정한 재산 배분이 신속하게 이뤄진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금융회사가 상속재산을 보유하고 있어 재산분할 과정이 짧고 분쟁 가능성은 낮아진다"고 덧붙였다.
상속·증여 신탁시장에 대한 신영증권의 도전은 최근 먹거리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증권업계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단순한 수수료 수익 사업에서 벗어나 고액자산가들의 자산을 오랫동안 운용자산(AUM)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나 증권사들이 기관투자가들의 자산을 운용하기 위해 짧게는 수개월 단위로 검증받고 있는 상황에서 고액자산가들의 상속·증여 재산을 위탁받아 운용·관리하는 것은 초장기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 <용어 설명>
▷ 유언대용신탁 : 상속을 하는 사람이 예금·채권·부동산 등 자산을 금융회사에 맡기고 금융회사가 계약에 따라 상속 집행을 책임지는 서비스.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