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총 10조이상 19개 상장사 '재무위기 대처능력' 전수조사
26일 매일경제신문이 시가총액 10조원 이상 주요 대기업 19곳을 대상으로 올해 주주총회에 앞서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올린 재무제표를 전수조사한 결과 작년 말 연결기준 유동비율 200%를 넘는 우량 기업은 단 4곳에 불과했다. 시가총액 10조원 이상 대기업은 총 30곳으로 이 중 금융사와 실적 미발표 기업 11곳을 제외한 나머지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금융사는 유동비율 대신 자기자본비율(BIS)과 같은 별도 지표로 표시하기 때문에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조사 대상 기업 전체의 작년 말 평균 유동비율은 153.5%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인 2015년 말 149.1%보다 향상된 숫자다.
유동비율은 재무제표상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값이다. 유동자산에는 1년 내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 매출채권, 재고자산이 주로 포함되며 유동부채는 1년 내 갚아야 하는 채무로 단기차입금을 비롯해 매입채무, 미지급금, 선수금이 들어간다. 결국 유동비율은 1년 내 갚아야 하는 빚보다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돈이 얼마나 있는지를 나타낸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유동비율이 200%를 넘어야 단기 채무 상환 능력을 'A학점'으로 매긴다. 100~200%는 보통이고, 100%가 안 되면 재무상 위기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기업이더라도 유동비율이 100%가 안 되면 재무상 다소 위험하다고 봐야 한다"며 "금융위기와 같은 불가항력적 위기가 왔을 때 이 같은 재무제표가 건실해야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해당 종목에 투자하기 앞서 주가수익비율(PER)과 같은 성장성 지표만 볼 것이 아니라 유동비율을 챙겨봐야 하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작년 말 기준 유동비율 'A' 학점 기업은 삼성SDS(337.6%), 삼성전자(258.5%), SK하이닉스(236.5%), 현대모비스(206.8%) 등 총 네 곳이다. 이들 기업은 전년 말 대비 유동비율이 오르며 건실함을 입증했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2015년 'B(보통·192.1%)' 학점에서 한 단계 상승했다. 삼성전자의 높은 유동비율 비결은 2015년 말 대비 크게 늘어난 현금 및 현금성자산 덕분이다. 작년 말 32조1114억원으로 1년 새 10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과 미지급비용은 각각 1조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유동비율이 크게 개선된 이유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 들어 17%나 올랐다.
정보기술(IT) 종목인 SK하이닉스는 2012년 22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후 작년까지 4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다. 최근 계속되는 설비 투자로 현금성자산은 줄었지만(1조1757억원→6137억원) 같은 기간 차입금을 1조원에서 7000억원으로 줄이고 기타 지급채무도 비슷한 폭으로 감소시켰다. 설비투자에도 우수한 유동비율을 유지하는 이유다. 현대모비스 역시 현금성자산은 줄었지만 단기차입금을 1조9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 수준으로 줄였다.
유동비율이 300% 넘는 삼성SDS에 대한 시장 평가는 엇갈리는 형국이다.
삼성SDS는 작년 말 유동자산이 4조5000억원인 데 비해 유동부채가 1조3000억원에 불과하다. 특히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이 1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가 됐다. 그럼에도 이 같은 현금 축적이 별다른 투자나 배당 없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총을 받고 있다. 실제 작년 말 기준 시가 배당률은 0.54%로 상장사 최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동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은 경영 비효율성과 부진한 주주환원정책을 뜻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반면 유동비율이 낮아 단기 채무 극복능력이 부족한 곳도 많은 모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59%), 삼성물산(90.7%) 등은 유동비율이 100% 미만으로 나타났고 SK텔레콤(93.1%)·SK(54.8%)와 같은 SK그룹 계열사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동비율이 낮은 지주회사 SK의 경우 올 들어 주가가 불과 1.5% 상승에 그치며 코스피 상승률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적자를 기록 중인 패션·바이오 부문이 발목을 잡으면서 단기 부채가 쌓이고 있다. 작년 말 현금성자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