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개 그룹 주총 분석
대기업들이 권력기관 근무 경력이 있는 사외이사를 기용해 검찰 수사와 공판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산하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28일 '주주총회 특이이슈 분석-4개 그룹의 사외이사 선임 특징'이란 보고서를 통해 "삼성, SK, 롯데, CJ는 유독 임원 교체가 많고 특정 분야 출신 사외이사 선임이 집중됐다"고 밝혔다.
사외이사와 감사를 신규로 선임한 비율이 유독 높았다. 특히 CJ그룹은 계열사 6곳에서 신규 사외이사 5명, 감사 1명을 뽑아 신규 선임 비율이 60%에 달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를 대비하면서도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경영 복귀에 앞서 경영진을 대폭 교체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의 8개 계열사도 사외이사와 감사를 9명, 1명씩 신규 선임했다. 이에 신규 선임 비율은 58.8%에 달했다. SK그룹과 삼성그룹도 신규 선임 비율이 각각 56%, 34.6%로 높은 편이었다.
신규 사외이사들의 경력 분포를 보면 이들 기업이 새로운 경영진 영입으로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 조금 더 명확해진다. 삼성그룹은 신규 사외이사 중 권력기관 출신 비율이 지난해 10%에서 올해는 42.8%로 4배 이상 늘었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한 축인 삼성SDS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부장검사 출신인 유재만 변호사를 사외이사 자리에 앉힌 게 대표적이다. 삼성화재 역시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을 지낸 문효남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삼성화재는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과 예금보험공사 사장, 19대 국회의원을 거친 박대동 율촌 고문을 사외이사로 들였다.
반면 롯데그룹은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 신규 선임 비율이 전년 대비 줄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새로 뽑은 신규 사외이사 10명 중 5명을 권력기관 출신으로 채웠으나 올해에는 9명 중 1명(롯데손해보험·정중원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에 그쳤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올해 주총에 앞서 이미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를 대거 영입해 신규 선임 비율은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은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 선임 비중이 전년 대비 확대된 것은 다른 합당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사실상 대관업무 목적이 선임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 연구위원은 "독립적인 입장에서 경영진에 대한 건전한 조언과 함께 적절한 견제 기능이 요구되는 사외이사 선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재계는 사외이사별로 전문 분야를 균형 있게 가져가려는 과정에
[윤진호 기자 / 이용건 기자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