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
"밤낮으로 차 댈 곳이 하나도 없다니까요."
27일 밤 찾은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다가구 주택이 몰린 한 이주자택지 내 도로는 주차된 승용차들로 가득 찼습니다.
양방향 통행이 가능한 곳인데도, 길 한쪽에 차량이 줄지어 서고 일부는 일반 도로에까지 불법 주차돼 도로는 반쪽이 됐습니다.
식당이나 커피숍을 찾기 위해 안으로 들어가려는 차와 밖으로 나가려는 차가 뒤엉켜 경적을 울리는 모습도 목격됐습니다.
불법 대수선, 이른바 불법 '방쪼개기'가 만연한 이 일대에서는 밤낮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풍경입니다.
상인 A(31)씨는 "아침 10시에 가게 문을 여는데, 그때부터 밤까지 항상 주변에 차량이 가득 차 있다"며 "손님들이 '주차가 불편해서 다시는 못 오겠다'고 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울상을 지었습니다.
1층은 식당이나 커피숍과 같은 근린생활시설, 2∼4층은 주택으로 짓는 이 일대 다가구 주택은 입주 가구 수가 5세대 정도로 제한됩니다.
그러나 건축주들은 임대수익을 늘리기 위해 공사과정에서 벽체를 추가로 세우고, 출입문을 더 만들어 방을 늘리는 불법 건축을 자행합니다.
이런 식으로 건축하면, 5가구로 제한된 건물에 7가구까지도 입주가 가능해집니다.
건물당 주차면수가 4∼5대가량에 불과한 이곳에서 밤낮으로 '주차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불법 주차로 인해 도로 폭이 좁아지다 보니 화재 등 긴급상황 발생 시 소방차량이 출동하는 데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습니다.
화성시는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15일까지 동탄2신도시에서 '다가구 주택 불법 대수선(방쪼개기) 행위 집중 단속'을 벌였습니다.
다가구 주택 500개소를 대상으로 한 이번 단속에서 적발된 곳은 무려 79곳(15.8%)에 달했습니다.
건축주들은 대부분 "임대수익을 늘리려고 그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시 관계자는 "경찰은 건축법 위반 혐의로 건축주를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시는 이들에 대해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것"이라며 "불법 방쪼개기가 만연해 다음 달에도 단속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현아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과 광역시에서 적발된 불법 방쪼개기는 최근 5년간(2011∼2015년) 한 해 평균 1천892건에 달합니다.
계속되는 단속에도 불법 방쪼개기가 잇따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관계 당국에서는 이행강제금 부과 기준이 완화되는 등 솜방망이에 그치는 행정처분이 불법 방쪼개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2011년 개정된 건축법에는 대수선 위반에 대한 이행강제금 반복부과 제한(5회 이내) 규정이 포함됐습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이행강제금의 총 부과 횟수를 5회 이내(연 2회 이내)에서 조례로 정할 수 있습니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일정 횟수만 이행강제금을 납부하면 더 이상의 제재를 받지 않는 결과가 초래된 셈입니다.
불법 건축물은 누적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행강제금보다 불법 건축물로 얻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말 기준 경기도 내에 정비되지 않고 남아 있는 불법 건축물은 총 3만5천949곳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중 가구 수 늘리기와 관련이 있는 '무단대수선(가구수분할)' 건축물이 1천821곳(5.1%), '무단 용도변경' 건축물이 1천645곳(4.6%)으로 적지 않은 편입니다.
또 대수선 위반 이행강제금은 증축이나 개축 등 다른 위반사항의 부과액 대비 25∼35% 수준이어서 불법 방쪼개기가 확산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경기도는 지난달 말 이 같은 문제점 및 대책을 포함한 '위반건축물의 효율적 정비·관리를 위한 제도 개선안' 자료를 만들어 국토교통부 등에 제출했습니다.
도 관계자는 "불법 방쪼개기가 만연한 곳에서는 주차난이 생기거나 도로의 차량 통행이 불편해지는
이어 "각 시·군 담당자와 전문가 의견을 취합해 개선안을 만들어 낸 만큼 국토부 등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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