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과 채권시장에 올들어 14조원에 육박하는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 2012년 1분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외자가 들어온 셈이다.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 대우조선해양 사채권자 집회, 북한 핵·미사일 실험 가능성 등 악재가 많은 4월에 조그만 충격에도 주식·채권·외환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기획재정부·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27일까지 외국인들의 순매수 규모는 주식 5조 9000억원, 채권 8조원 등 총 13조 9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유로존 위기 여파로 한국이 투자 대안으로 부상해 한해 25조원이 몰렸던 지난 2012년 1분기에 16조 2921억원이 들어온 이후 가장 빠른 순유입 속도다. 월별로 보면 주식은 지난해 12월부터, 채권은 올해 1월부터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되기 시작했다. 글로벌 주식자금의 경우 올들어 지난 15일까지 신흥국에 순유입된 돈이 58억 4300만달러(약 6조 7000억원)라는 국제금융센터 분석을 감안하면 한국에 지나치게 많은 돈이 쏠린 셈이다.
외국인 자금 순유입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당분간 원화 강세 추세가 계속되리란 전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11월부터 한국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서면서 글로벌 경기회복의 수혜국으로 한국 시장 성장성이 주목받은 데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이 12월 탄핵소추 이후 한국 신용등급을 유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한국 경제에 충격을 줄 변수들이 앞으로도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에 경제적, 정치적 불확실성이 아직 있는데다 한-미 금리 역전 가능성이 커질 경우 글로벌 단기 자금이 한국 시장에서 갑자기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정부와 한국은행이 "4월 위기는 없다"고 단언해도 시장에서는 '4월 위기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4월 위기설은 ▲미국의 한국 환율조작국 지정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경착륙 ▲북한 핵·미사일 실험 등 충격이 한꺼번에 겹쳐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진다는 주장이다.
미국이 4월 발표할 '환율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에 대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3일 "여러 지표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 재무부가 당장 4월에 '무역촉진법'상 3가지 기준(무역흑자 200억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흑자 비율 3% 초과, 지속적 일방향 시장 개입)을 바꿔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심 공약인 '트럼프 케어'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1988년 발효된 '종합무역법'을 활용해 환율조작국 지정을 할 수도 있다는 일부 주장도 있다. 하지만 '명확한 기준도 없는 옛날 법을 쓸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미국이 4월에 기준을 안 바꿀 가능성이 높지만 10월에 나오는 환율보고서에 새 기준이 담길 수 있다"며 "그때까지 외환시장 변동성이 클 수 밖에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다음달 17∼18일 사채권자집회 개최가 예정돼 있다. 합의에 성공해 자율적 구조조정으로 갈 지, 아니면 P플랜(사전회생계획안제도)으로 갈 지가 결정된다. 금융당국에서는 P플랜으로 가더라도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P플랜 가동이 확정된 이후 우량 채권으로 '쏠림현상'이 가중돼 저신용 기업들의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북한 리스크는 북한이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을 전후해 6차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할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북한 리스크에 대해서는 '이미 시장에 내성이 생겼다'는 게 대부분 시장 전문가들의 견해다.
4월 위기설이 단순한 '설'에 그칠 가능성이 높지만 높아진 금융시장 변동성은 올 한해 금융 시장 참여자와 자금조달 기업들에게 부담이 될 전망이다
[조시영 기자 / 김세웅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