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펀드 100조 시대 ◆
펀드를 만들어 내는 국내 운용사들이 해외 운용사들이 이미 내놓은 투자상품을 베끼는 데만 급급하다는 점도 문제다. 그간 자산운용사들은 경쟁사의 인기 펀드와 유사한 상품을 한시적으로 집중 출시하면서 투자자들의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저해해 왔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대형 운용사들이 내놓는 해외투자펀드는 해외 운용사와의 합작펀드(재간접펀드)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자산운용은 유럽·미국·신흥국 등 해외펀드의 상당수를 미국 자산운용사인 누버거버먼의 기존 상품을 차용해 내놓고 있다. 지난해 9월 삼성자산운용은 누버거버먼의 이머징 채권펀드를 편입하는 재간접 펀드인 '삼성 누버거버먼 이머징 국공채 플러스 펀드'를 내놓은 바 있다.
이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경우도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SSGA)와 손잡고 재간접 펀드(한국투자SS글로벌자산배분 펀드)를 지난해 5월 출시한 데 이어 최근엔 SSGA 저변동성 펀드를 내놓았다. KB자산운용 역시 스위스 자산운용사인 롬바드오디에골든에이지의 펀드를 차용한 펀드를 주로 내놓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 운용사 가운데 독자 상품을 개발하는 곳은 거의 전무하다"면서 "이는 이미 해외에서 성공한 펀드를 국내에 들여와 다시 만드는 형태로 투자자들에게 소개한다는 부분에선 의의가 있지만, 상당수는 직접 상품을 개발하는 것보다 재간접 펀드가 비용 절감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운용사 대표는 "단기 실적 쌓기에 급급한 국내 운용사 분위기 속에선 지금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들을 내놓아 투자 자금을 끌어모을 수밖에 없다"면서 "해외 선진 운용사들이 장기 경영 플랜을 갖고 독자적인 투자 철학을 구축해 나가는 것과 사뭇 다른 게 국내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