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세계에 수많은 격언이 있지만 지난 20여 년간 국내외 자본시장을 되돌아보면 전설의 투자자 존 템플턴이 강조했던 '역발상 투자'만큼 맞아떨어지는 격언은 없어 보인다. 템플턴의 말을 빌리면 '최고로 비관적일 때가 가장 좋은 매수 시점이고, 최고로 낙관적일 때가 가장 좋은 매도 시점'이다. 하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달리는 말에 올라타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주식형 펀드 바람이 분 2007년 이후를 살펴보자. 펀드 1년 수익률이 30% 이상 나서자 그제야 투자자들이 불나방처럼 몰려들었다.
2008년 '미래에셋인디펜던스'나 '한국투자네비게이터' 펀드, 2011년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이나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가 그랬다. 가깝게는 2015년 상반기에만 1조원 가까운 자금이 몰렸던 '메리츠코리아' 펀드 역시 소위 말하는 '공룡 펀드의 저주'를 피해가지 못했다. 당시 '꼭지'에서 가입했던 투자자들은 2년이 지난 현재 대부분 30% 안팎의 손실을 보고 있다.
저금리·저성장으로 이제 해외 투자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됐다. 안타깝게도 해외 투자의 필요성을 역설하지만 정작 해외 펀드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대부분 예금이자보다도 못한 수익률에 후회하고 있다. 펀드 관련 기사 댓글에는 '펀드 투자는 하지 않는 게 정답'이란 의견이 빠지지 않고 달린다.
하지만 국내투자자들이 과거 10년간 겪은 해외 투자 실패의 경험이 투자자 본인의 철저한 분석과 고민 없이 쉽게 대세를 좇아 투자했기 때문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중국이 뜬다고, 브릭스가 대세라고 펀드 투자자의 90%가 신흥국 펀드에만 몰렸다. 팔기 쉽다는 생각에 과거 수익률이 높은 펀드만 권하는 은행·증권사 등 판매사들의 잘못 역시 크다.
어차피 해야 할 해외 투자라면 투자자와 판매사 모두 꼼꼼히 따져 제대로 해야 한다. 많이 오른 자산과 지역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상당히 조정을 받은 자산과 지역 가운데 어느 쪽이 올라올 가능성이 높은가를 스스로 공부하고 전문가에게 물어 투자 대상을 결정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비결이다. '달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분산투자는 기본 중
1년 반 전 한 증권사 사장은 당시 헤알화 가치 하락 등으로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혔던 브라질 채권과 주식에 대해 "오히려 지금이 투자 기회"라고 역설했다. 당시 얘기를 듣고 역발상 투자를 실천했다면 투자자들은 1년 반 동안 50%에 육박하는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