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글로비스는 그룹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규제 우려에 주가가 6년 전으로 돌아갔다. 지난달 28일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일감 몰아주기(총수 일가 사익편취 행위) 실태 점검 착수 소식 이후 연일 주가가 하락하면서 2011년 3월 수준(14만1000원)까지 빠졌다. 공정위 발표 이후 기관은 모두 543억원어치를 팔았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23.29%)을 포함한 총수 일가 지분이 29.9%인 자동차 전문 물류회사다. 기존 현행법상 총수 일가 지분이 30% 미만인 상장사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큰 경쟁 없이 그룹 물류를 독점해왔다. 지난해 현대글로비스 전체 매출에서 10%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현대차와 기아자동차로 각각 36.49%와 24.33%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 발표대로 규제 적용 대상을 '총수 일가 지분율 20%'로 낮출 경우 글로비스는 곧바로 규제 대상에 오른다. 업계에선 글로비스가 비계열사에 대한 물량 확보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기아차의 판매 증가와 계열사가 아닌 물량 증대를 통한 실적 안정성 확보, 신규 인수·합병(M&A)을 통한 외형 확장이 동반돼야 주가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계열사들은 중국의 사드 악재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올해 들어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 급감에 기관투자가들의 순매도세가 집중되고 있다.
6일 현대모비스 주가는 전일 대비 5000원(2.18%) 하락한 22만40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저가를 보였다. 지난달 22일까지만 해도 주당 25만원을 웃돌던 주가는 이후 11거래일 동안 하루를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이 기간 주가도 12.9% 빠지면서 현대모비스는 2015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주당 23만원(종가 기준) 밑으로 떨어졌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유통업에서 제조업으로까지 확산되며 현대차그룹에 관련 피해가 쏠리고 있다. 현대차의 중국 4공장(창저우·연간 20만~30만대)은 판매 부진에 따라 잠시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알려진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5일까지 기관은 현대모비스 주식 161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해당 기간 기관 순매도 1위로 2위인 삼성전자(1028억원)와도 크게 차이가 난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완성차 업체의 부진으로 현대모비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아차의 중국 공장 출고 판매 부진, 현대차 중국 4공장 일시적 가동 중단, 주요 통화 대비 원화 강세 등이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부품회사 현대위아 역시 실적 급감 우려가 주가를 하락시키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주가가 6% 넘게 내렸다. 완성차 업체 부진에 현대위아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증권사 3곳 이상 추정 평균)는 연초 981억원에서 6일 기준 678억원으로 30.9%나 감소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영업이익 전망치도 연일 하락하고 있다. 연초 1조4000억원이 넘을 것이라던 현대차의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이날 현재 1조2000억원대로 추락했다. 3개월 새 9.5% 하락한 것이다
이미 이들의 실적 부진은 수치로도 나왔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지난달 중국 판매량은 각각 5만6026대와 1만6006대로 전년 동월 대비 44.3%와 69% 급감했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2010년 7월(6만9872대) 이후 8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문일호 기자 /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