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샘표, 슈프리마, 원익IPS, 일동제약, 휴온스 등 5개사가 지주사를 기존 상장 종목으로 남기고 사업회사로서 재상장을 마쳤다. 올해는 이미 AP시스템, 유비쿼스, 미코 등 3개사가 재상장을 마무리 지었다.
이들 기업 주가는 '분할 발표'를 호재로 삼아 발표 이후 급등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작 재상장일을 끝으로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 분할한 5개사가 모두 10개 종목을 재상장했지만 이 가운데 9개 종목의 주가가 재상장일 종가보다 하락한 상태다. 투자자가 분할 재상장에 대한 기대만 가지고 매수했다면 손실을 본 셈이다.
지난해 5월 재상장 후 11개월간 44.3% 상승한 원익IPS가 유일한 예외를 기록했다. 특히 휴온스글로벌(-56.4%) 휴온스(-45.9%) 일동홀딩스(-41.4%) 등은 반 토막에 가깝다. 오히려 분할재상장 이후 두 기업의 시가총액이 분할 전보다 감소한 셈이다. 코미코(-18.4%), 유비쿼스(-2.0%) 등 올해 재상장을 마친 종목들도 주가가 하락세다.
그 이유로 인적분할은 잠시 시장의 주목을 받을 뿐 이후 추가 상승 여력을 잃기 쉽다는 지적이다. 인적분할을 통한 근본적인 기업가치 개선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다. 인적분할로 부실 사업 부문을 떼어내거나 각 사업 부문이 전문성을 가진 독립 기업이 된다면 기업가치에 대한 재평가를 기대할 수 있다. 그 경우 지배구조가 강화되면서 지주사가 가진 지분 가치도 커지게 된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 승계의 용이성을 위해 인적분할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 기업가치 재평가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지주사와 사업회사 중 하나만 상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 상장사처럼 사실상 동일한 기업이 인적분할로 2개의 창구를 통해 투자받게 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일시적으로 급등한 주가도 원래 기업가치 수준으로 복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인적분할이라는 이벤트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지주사와 사업회사의 분할 비율 내용과 남아있는 출자 과정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주사는 인적분할 후 공개 매수와 현물 출자를 통해 사업회사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행법상 지주사가 상장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지분 매입을 고려해 처음부터 사업회사의 기업가치를 낮게 매겨 분할하는 경우도 많다. 김철중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지난 7일 상장한 AP시스템도 사업회사로서의 기업가치가 분할 시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반대로 지주사 APS홀딩스는 고평가돼 현 주가에서 64%가량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전문기업 AP시스템은 분할 재상장한 첫날인 지난 7일 상한가로 장을 마감했다.
올해 분할 재상장에 나서는 기업은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다. 오는 7월 공정거래법 개정 시행령 적용을 앞두고 상반기에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 지으려는 상장사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개정되는 시행령에 따르면 앞으로는 지주사가 되기 위해서는 자산 기준이 기존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높아졌다. 지주사는 현물출자와 주식교환에 대해 양도소득세와 법인세 납부를 연기해주는 혜택이 있다.
오는 11일에는 크라운제과가 분할 재상장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도 다음달 4개 회사로 분할 재상장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인적분할 의사를 밝혔
■ <용어 설명>
▷ 인적분할 :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대로 신설 법인 주식을 나눠갖는 기업분할 방식. 지주회사 전환 때 흔히 사용된다.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