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SK이노베이션, 두산밥캣의 몸값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조달러 규모 사회기반시설(인프라) 투자 계획에 힘입어 급등할 모양새다. 이들은 나란히 철강·석유화학·건설 업종 대표로 미국 인프라 투자의 국내 수혜주 '3인방'으로 꼽힌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지난 7일 까지 12.3% 상승했다. 포스코가 같은 기간 5.6% 올랐고 두산밥캣도 4.5% 상승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미국 중국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국유기업들을 앞세워 미국내 대규모 인프라 시설 투자를 제안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빈손'으로 끝나면서 관련 종목 주가가 주춤했다"며 "그러나 미국이 5월 인프라 투자확대 정책을 공개하기로 하면서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한 상태"라고 밝혔다.
세 종목 중 인프라 투자의 수혜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포스코다. 인프라 투자 기대감에 이미 철광석과 같은 산업용 소재의 수요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철광석 값(중국에서 수입되는 함철량 62% 기준)은 연초 t당 78.9 달러에서 지난 2월말 94.9달러 까지 20.3%나 상승했다. 여기에 주요 철강 생산 설비들의 정비·보수 기간이 겹쳤고 중국의 철강 공급 과잉은 중국내 철강사 구조조정으로 크게 해소된 상태다.
포스코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잠정 실적 발표 기준)은 14조6000억원, 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작년 1분기 보다 무려 82%나 급증했다. 미국 인프라 투자 확대로 철강 수요까지 살아난다면 최근 3년 최고 주가(종가 기준)인 36만1000원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포스코는 철강 제품의 절반을 해외로 수출해 국내에서 수출 비중이 가장 높다. 작년말 기준 포스코의 북미 지역 매출은 1조9000억원으로 일본(1조8900억원) 보다 많아졌다. 건축이나 조선용 철강인 후판(두께 6mm 이상 철판) 수출은 연간 30만t으로 인프라 투자에 따른 수출 증가가 예상된다.
증권사 실적 전망치 평균을 취합하는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4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보다 43.6%나 상승할 것이란 예상이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에 이어 중국 철강 수요까지 올라온다면 올해 이익 수준의 한단계 도약과 주가 재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 굴삭기 공장이 미국에 위치하고 있고 매출의 70%가 북미 지역에서 발생하는 두산밥캣도 인프라 확대의 수혜가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는 현재 15~39.5%의 법인세율을 15%로 단일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밥캣은 미국에서 법인세율 39%를 적용받고 있다. 세금 부담이 줄면 곧바로 순이익 증가 효과가 나타난다. 두산밥캣의 올해 예상 순이익은 2467억원으로 작년 보다 3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구조도 개선될 전망이다. 지난 2015년 100%가 넘었던 두산밥캣의 부채비율은 작년말 88%로 낮아졌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토목학회가 발표한 인프라 등급에 따르면 미국의 인프라 등급은 D+로 매우 낮아 인프라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인프라 투자 확대는 국내 1위 정유·화학사 SK이노베이션의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용 연료의 수요가
이들 3개 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포스코가 0.51배, SK이노베이션 0.79배, 두산밥캣 1.06배 수준이다. 모두 해당 업종 평균 보다 저평가된 상태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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