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잔인한 4월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외 증권사들이 잇따라 1분기 성장 둔화를 우려하자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가 집중되는 모습이다.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네이버는 전일 대비 4만8000원(5.87%) 내린 77만원에 장을 마쳤다. 모건스탠리·CLSA·메릴린치 등 외국계 창구를 중심으로 매도물량이 2만여주 쏟아졌고 기관들도 6000여주를 순매도하며 주가 급락을 초래했다. 네이버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9.94% 빠지며 한 달만에 70만원대로 내려 앉았다.
약세에 그쳤던 네이버가 이날 급락한 것은 1분기 실적에 대한 국내외 증권사들의 부정적 전망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네이버의 라인(LINE) 매출 성장률 둔화와 국내외 마케팅 비용 증가로 1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1.4% 감소한 1조693억원으로 예상된다"며 "네이버 광고 매출은 커머스 매출 성장으로 성장률이 유지되지만 라인의 원화 기준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1%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네이버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던 외국계 증권사 CLSA는 이날 마케팅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3404억원에서 3300억원으로 3% 내렸다. 연간 영업이익도 급격한 기술 환경 변화에 따른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며 전망치를 1조6000억원에서 1조5200억원으로 5% 낮췄다. 목표주가는 99만원에서 96만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시장에서도 네이버의 1분기 실적 감소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네이버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연초 3300억원에서 지난 10일 기준 3047억원으로 약 8% 하락했다.
네이버 주가가 실적 감소도 아닌 성장률 둔화 우려만으로도 출렁이는 이유는 고성장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네이버가 88만원까지 오르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페이스북(PER 25배)보다 비싼 네이버(PER 33배)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주가에는 라인의 성장성 프리미엄이 붙어 있지만 지난해 3~4분기 부진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성장세가 미미할 것"이라며 "라인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면 올해 실적 전
다만 성장 둔화 우려에도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네이버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최근 하향 조정을 감안해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0%와 18.3% 증가가 예상된다. 연간 기준으로는 1조3000억원 안팎으로 지난해(1조1000억원)를 웃돌 전망이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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