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으로 구성된 행장추천위원회는 지난달 이후 행장 후보 선임을 놓고 수차례에 걸쳐 재논의했다. 하지만 정부 측 3명의 위원은 관료 출신을 밀고 수협중앙회 2명은 내부 인사 승진을 고집하면서 행장 추천이 무산됐고 결국 자산 30조원에 달하는 수협은행이 수장 없이 장기 표류할 개연성이 커지게 됐다.
수협은행은 당초 지난달 9일까지 행장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관료 출신 인사가 행장이 되길 원하는 정부 측 행장추천위원과 수협은행 내부 출신 인사가 행장을 맡길 원하는 수협중앙회 측 행장추천위원 간 이견으로 행장추천위원회는 공전을 거듭했다. 정부 측에서는 수협은행에 1조1581억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만큼 이를 안정적으로 관리·상환할 수 있는 정부 측 인사 선임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공적자금이 투입된 2000년 이후 기획재정부 출신 이원태 현 행장을 비롯해 행장은 대부분 정부 출신 인사였다. 반면 수협중앙회 측에서는 공적자금을 신속하게 상환하려면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전문 경영인 선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정부는 낙하산 인사를 꽂아 넣기 적합한 자리를 지키기 위해, 수협은행은 독립 첫해 내부 출신 행장 선임 관례를 확립해 승진 자리를 넓히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행장 후보 선출이 불발되면서 정만화 상무 대행 체제가 출범하는 가운데 대행 체제에 대한 불안한 시선도 감지된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비상임이사이고 은행 관련 업무도 해보지 않은 만큼 은행 운영을 적절히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수협은행 행장추천위원회는 오는 20일 다시 회의를 열어 기존 후보군을 대상으로 후보 추천 논의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차기 정부가 수립된 이후에나 차기 행장이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편 어업인 지원이 설립 목적인 수협은행이 오히려 어민에게 높은 대출 금리를 부과하고 대출 문턱을 높였다는 사실이 적발됐다. 감사원은 11일 공적자금 지원 금융기관 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여 25건의 위법·부당 사항 등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수협은행은 일반인·기업
[김종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