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주)LG. 출범 당시 6000원대 안팎에 불과하던 LG 주가는 2017년 3월 말 현재 6만원대로 10배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600포인트대에서 3배 가량 오르는 데 그쳐 2000포인트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지주회사 LG의 주가 상승률이 코스피 상승률을 크게 추월한 것이다. 일찍이 안정적인 지주회사 체제를 완비한데다 LG전자 같은 주력 계열사들이 안정적인 실적과 배당을 유지하면서 지주사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평가다.
12일 매일경제신문과 서스틴베스트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집단 중에서 최근 3년 평균 배당성향이 가장 높은 기업은 LG전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LG전자의 최근 3년 평균 배당성향은 57.2%에 달했다. ’지배주주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는 의미다.지배주주 순이익은 LG전자가 지분을 갖고 있는 종속회사의 연결이익을 제외한 LG전자 자체 순이익이라고 보면 된다. 배당성향을 분석할 때 쓰는 재무지표이다.
특히 LG전자의 작년 배당성향은 94.8%로 100%에 육박했다. LG전자는 작년 지배주주순이익이 전년 대비 38%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당 배당금 400원을 유지했다. 박종한 서스틴베스트 투자분석팀장은 "LG전자는 2014년 지배주주순이익이 126% 상승했을 때 200원에서 400원으로 상향 조정한 배당금을 유지해 높은 배당성향을 보이고 있다"며 "대기업 주력계열사로서 안정적인 배당 수준을 유지하려는 유인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찍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LG를 포함해 대기업집단 중에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6개 그룹 주력 계열사의 배당성향이 비지주회사 계열사들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LG전자 다음으로 SK네트웍스와 SK머티리얼즈(50.93%) 같은 SK그룹 주력계열사들의 최근 3년 평균 배당성향이 각각 55.6%, 50.9%로 높게 나타났다. SK네트웍스와 SK머티리얼즈는 지주회사 SK의 지분율이 각각 49%, 39%로 가장 높은 상장사이다. 이 밖에도 LS(48.89%), SK텔레콤(41.93%), GS홈쇼핑(41.14%) 같은 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40%대가 넘는 높은 배당성향을 보였다.
비지주사 대기업집단 중에서도 두산(48.3%)과 삼성물산(44.6%) 같이 지주회사였거나 지주회사로 전환이 기대되는 계열사의 배당성향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지주사 전환은 최대주주가 지분율을 높임으로써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비판받는다. 하지만 기업 경영이 투명해지고 자회사의 배당이 늘어난다는 점은 중장기적으로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된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상장법인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눠 두 기업 모두를 재상장시킬 때 종전 대비 주가가 큰 폭으로 올라 투자자 만족도가 높아지는 상황이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한진그룹은 작년 11월 한진해운 자회사 지분을 법정관리로 처분하면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마무리했다. 2013년 7월 대한항공을 지주회사 한진칼과 대한항공으로 쪼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래로 한진칼 주가는 지난 3월 말 현재 6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7.3% 상승한 것과 비교해 8배 이상 높은 상승률이다. 분할 직전 2조원을 살짝 넘던 합산 시총은 4월 현재 4조원으로 두 배가 됐다.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된데다 최근에는 자회사 진에어의 상장 기대감이 커지면서 다시금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으로 지배구조 투명성이 올라가면 투자자 입장에서 회사를 분석하기 쉬워지고, 기업 업무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영역으로 엄격히 분리되며서 관리 효율성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일반기업은 공시 보고서를 낼 때 지배 관계에 있는 종속회사 정보만 공개하면 된다. 하지만 지주사가 되면 자회사 전체 내용을 빠짐없이 보고해야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꼼꼼히 들여다볼 자료가 훨씬 늘어나는 셈이다. 김정교 부산대학교 경영대 회계학과 교수는 "지주회사 전환 후 지주사 체제 안에 있는 계열사들은 경영자가 임의로 이익을 조정해 생기는 '발생액조정' 규모가 감소해 이익의 질이 높아진다"며 "반면 지주사 체제 밖에 있는 계열사들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지주사 전환으로 대주주 지분율이 올라가면 지주 뿐 아니라 자회사의 배당이 늘어날 개연성이 커져 일반 투자자들도 이득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올 초 미국 자산운용사 번스타인이 삼성전자가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쪼개지면 삼성전자의 주가가 현재 수준(당시 주당 약 190만원)보다 약 43% 정도 더 오를 수 있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지주사 전환 이후 상당수 기업들이 배당을 큰 폭으로 높이는 시도를 해왔다. 2012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AK홀딩스는 그해 자회사로부터 배당수익을 6억7300만원 받았다. 이 액수는 2015년 137억3500만원으로 수직상승했다. 곳간이 두둑해진 AK홀딩스 배당금
[증권부 기획취재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