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이후 통신 3사(社)들이 마케팅 비용을 아껴 재무구조 개선에 힘쓰면서 올해 본격적인 부활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이같은 비용 절감 노력 지속과 주요 사업 실적 호전 전망에 올해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최근 대선 후보들이 통신비 인하와 같은 가계 부담 완화 대책을 내놓고 있고 통신3사 실적 개선이 매출 성장 보다는 비용 감소에 따라 나타난 '불황형 흑자'로 이익 개선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12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1분기 SK텔레콤의 매출과 영업이익 예상(증권사 추정치 평균)은 각각 4조2945억원, 4274억원이다. 작년 1분기 보다 매출은 1.6%, 영업이익은 6.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KT의 매출은 1.2% 늘어나며 영업이익은 5.5%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G유플러스의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7%, 11% 상승해 통신 3사 중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진다. 이익 기준으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이 예고되며 주가도 통신사 중 가장 많이 뛰었다. 올 들어 LG유플러스 주가는 지난달 말 까지 30% 폭등했다가 이달 들어 조정을 받으며 11일 까지 24%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이학무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일부 대선 후보가 기본요금 폐지와 같은 급진적 공약을 내놓으며 통신 3사 주가가 이달 들어 조정을 받고 있다"며 "다만 이같은 정책의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향후 성장에 중점을 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통신비 압박이 나오고 있는 것은 통신3사의 비용 감소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 통신3사의 마케팅 비용은 모두 7조6187억원으로 2015년 보다 3.2% 감소했다. 이중 KT가 3.5%를 줄여 마케팅비 감소폭이 가장 컸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각각 3.3%, 2.4% 줄였다.
지난 2014년 10월 시행된 단통법 영향 덕분이다. 지원금상한제 규정으로 출혈경쟁이 무의미해지면서 마케팅 비용이 자연스레 감소했다. 통신3사의 2014년 마케팅비용이 8조882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년새 1조2633억원이나 줄어들었다.
LG유플러스는 한발 더 나아가 투자 비용도 아꼈다. 작년 1조5000억원규모 설비투자를 예고했던 LG유플러스는 작년 1조2558억원을 집행해 2500억원 가까이 투자비를 줄였다. 투자집행률이 84%에 그쳤는데 KT(99.4%)와 대조를 이뤘다.
LG유플러스는 아낀 돈을 재무 개선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1조2374억원에 달하던 장기차입금은 작년말 7612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2015년 168.7%에 달하던 부채비율은 작년말 148.4%로 크게 개선됐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LG그룹 재무 전문가였던 권영수 대표가 LG유플러스에 취임한 지 2년만에 연간 7000억원의 영업이익 회사로 성과를 내면서 비용절감이 통신업계 화두로 등장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통신 3사 중 부채비율이 가장 좋은 회사임에도 단기 부채를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차입금은 같은 기간 2600억원에서 26억원으로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 업체의 부채비율은 작년말 기준 94.2%로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100% 미만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이동전화 매출이 안정세를 찾고 있는데다 최근 KT와의 소송에서 이기면서 346억원의 영업외 수익이 올해 잡힐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지난 2010년 이후 상호 접속료 문제로 소송전을 벌여왔다. 상호 접속료는 통신 사업자가 서비스 유형이 다른 사업자의 통신 설비를 연결해주는 대가로 받는 돈인데 대법원이 지난 달 SK텔레콤의 손해를 인정해 KT로부터 346억원을 받으라는 판결을 받았다.
LG유플러스는 유선사업 중 인터넷(IP)TV의 약진으로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작년 IPTV 매출은 2015년 보다 8% 성장한 3조5655억원을 기록했다. KT는 속도가 빠른 기가인터넷 효과로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당 평균 수익(ARPU)이 상승하며 올해도 이익 증가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갤럭시S8의 출시도 통신3사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7일 사전예약이 시작된 갤럭시S8의 이틀간(7~8일) 예약 판매가 55만대에 달한다. 작년 같은 기간 S7의 5배가 넘는 수치로 돌풍이 예고되고 있다. 다만 반론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시장을 주도할 국내 스마트폰이 없어 조용하던 통신 3사 마케팅 경쟁이 S8로 인해 불붙어서 판매·관리비가 급증한다면 올 2분기에 오히려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외국인의 국내 통신3사 투자한도가 거의 채워지며 더 이상의 순매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통신업종은 외국인 투자한도가 총 지분의 49%로 제한돼 있는데 KT의 12일 현재 외국인 지분율
올해 예상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KT가 주가수익비율(PER) 9.6배, 주가순자산비율(PBR) 0.63배로 3사 중 가장 저평가돼 있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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