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수익률이 개선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가치주펀드 투자자들이 빠른 속도로 이탈하고 있다. 국내 증시가 대형주 위주로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중소형주 위주로 구성된 가치주펀드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탓이다. 최근 들어 펀드 성적이 일부 개선되는 모습이지만 기다림에 지친 투자자들이 환매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펀드평가사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4월 11일 기준) 가치주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5732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선 무려 1조4660억원이 유출됐다. 2016년 초만 해도 15조원을 넘어선 가치주펀드 설정액은 불과 1년 만에 30%가 줄어 10조60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가치주펀드는 주가가 기업 가치보다 낮은 주식을 장기간 보유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펀드를 말한다. 특히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중소형주 강세가 이어지며 중소형 가치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들이 자금을 대거 끌어모았다. 하지만 작년부터 이어진 대형주 위주 장세에 해당 펀드들 성과가 저조해지면서 인기가 뚝 떨어진 실정이다.
개별 펀드를 살펴보면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밸류고배당증권자투자신탁'에서 올 들어 가장 많은 규모인 4785억원이 한꺼번에 이탈했다. 이어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1'과 'KB가치배당40증권자투자신탁'에서는 각각 1700억원, 1551억원이 빠져나갔다. 지난 2015년 자금몰이를 한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메리츠코리아' 펀드 역시 부진한 수익률에 올해 1417억원이 추가로 유출되며 펀드 설정 규모가 1조3275억원으로 줄었다.
이는 최근 코스피 상승으로 주식형 펀드 전체에서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을 이유로 대거 이탈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수익을 본 투자자들은 박스피에 대한 오랜 학습을 토대로 '더 오르겠느냐'며 자금을 서둘러 빼고 있다. 지금의 코스피 수준을 박스권 상단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손실을 본 투자자들도 조금이나마 손실폭이 줄어들자 환매에 나서는 분위기다. 수익률 회복을 기다리다 지친 투자자들이 피로감에 투자금을 거둬들이는 것이다. 작년까지 마이너스였던 가치주펀드 수익률은 올 들어 플러스로 전환해 연초 이후 평균 2.2%까지 올라왔지만 상승세는 더딘 편이다.
투자자들의 이 같은 움직임과는 대조적으로 올해 가치주 투자에 대한 전문가들 전망은 대체로 밝은 편이다.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은 "이르면 6월쯤부터는 중소형 가치주에 대한 수급이 호전될 것"이라며 "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올해는 코스피가 박스권을 뚫고 올라갈 것으로 본다"며 "악재가 만연한 지금이야말로 가치주 투자 적기이며 투자 환경이 점차 개선됨에 따라 하반기에는 반전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