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개 대형株 사내유보율 분석
19일 매일경제신문과 에프앤가이드가 금융사를 제외한 대형주 84개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삼성물산이 유보율 10만5557%로 가장 높았다.
다만 삼성물산은 2015년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자본금이 대폭 축소되면서 생긴 일종의 착시 효과도 반영됐다. 당시 옛 삼성물산의 자본금은 8000억원, 제일모직은 135억원이었으나 삼성물산이 소멸 법인이 되면서 합병 삼성물산의 자본금은 191억원 수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합병 전 두 회사의 자본금 규모를 감안하면 유보율은 2500% 수준이다.
이어 SK(9만1007%), SK텔레콤(4만743%), 롯데칠성(3만4482%), 롯데제과(3만4269%)가 뒤를 이었다. 네이버 역시 2만9938% 유보율로 여섯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삼성전자(2만1758%), 엔씨소프트(1만8519%), 현대글로비스(1만8445%), 삼성SDS(1만3191%)도 유보율 상위 10개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눈에 띄는 점은 최근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 있었던 기업들의 유보율이 높았다는 점이다. 상위 10곳에 포함된 삼성전자, 삼성SDS를 비롯해 현대차그룹의 지주사 전환 이슈의 핵심에 있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26위·5771%)도 높은 편에 속했다. 2007년 지주사 전환을 한 SK 역시 여전히 높은 유보율을 유지하고 있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두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분할과 합병 시나리오 등을 고려하면 많은 현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2003년 국내 대기업집단 중 최초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LG그룹은 다른 그룹 계열사에 비해 낮은 유보율을 기록했다. 지주사인 LG는 1478%, LG화학과 LG전자는 각각 3676%, 1231%였다. LG유플러스는 88%로 대형주 84곳 중 대우건설(2.66%)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대기업들의 유보율 증가는 인구 감소와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내유보금이란 세금과 배당 등으로 유출한 금액을 제외한 기업의 장부상 누적이익을 의미한다. 기업이 수익이 나는 영업활동을 하면서 순이익을 초과하는 배당정책을 펼치지 않는 이상 기업의 유보금은 일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정상이다.
문제는 장기간 내부유보율이 월등히 높으면서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은 기업들의 경우 투자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팀장은 "이 같은 주식시장 내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한 주주 권익 확대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지속적으로 늘어
■ <용어 설명>
▷ 유보율 : 현재 회사의 보유 자금력을 나타내는 지표. 자본금 대비 유보액으로 산출한다. 유보액은 자본 항목의 지배주주지분에서 자기주식과 자본금을 뺀 수치를 말한다.
[윤진호 기자 /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