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재건축 통합관리방식으로 / 서울시 "14개 지구 추가" ◆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의 아파트지구는 하나의 블록에 학교, 공원 같은 기반시설과 교회, 병원, 시장, 도서관 같은 생활편의시설을 갖춰 그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근린주구' 이론에 기반해 계획됐다"면서 "주변 지역과 공간적으로 단절된 주거기능 위주의 폐쇄적인 생활권이 만들어졌고, 특히 도심과 한강변 사이 연계 부족 등 도시공간의 유기적 연계 차원에서도 여러 문제점이 제기돼왔다"고 용역 발주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지구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반응은 다르다.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여버리면' 속도가 생명인 재건축이 한정 없이 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살 권리가 침해되고, 비용이 많이 증가될 수 있어 재산권 침해도 발생한다는 것이 주민들 주장이다.
특히 작년 10월 계획수립을 마무리 지은 압구정은 주민과 시가 계획수립부터 발표까지의 과정에서 극한 갈등을 빚으면서 안 좋은 선례를 남겼다. 당초 최고 50층 아파트로 재건축하려던 주민들은 시가 독단적으로 지구단위계획을 세우는 바람에 최고 35층으로 층수가 묶였다고 주장한다. 또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단지들이 함께 묶여 통합재건축을 해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실제로 지구단위계획상에서 땅의 용도나 최고층수 등이 한번 정해지면 좀처럼 바꾸기 어렵다. 예를 들어 층수를 50층까지 올리려면 현재 3종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로 종상향해야 하는데,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여 있지 않기 때문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만으로 변경이 가능하다. 그러나 압구정의 경우 현재 3종 일반주거로 명시된 지구단위계획이 6월 고시를 통해 확정되면 종상향을 하기 위해선 지구단위계획 전체를 바꾼 후 다시 심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훨씬 더 절차가 복잡해지고 승인받기도 어렵다.
↑ 65개 단지가 있는 반포는 재건축 진행상황에 따라 주민들 반응이 달랐다. 사진은 반포 아파트 단지. [매경DB] |
다만 재건축 진행이 '제로' 상태였던 압구정과 달리 반포나 서초는 이미 재건축을 끝냈거나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단지들도 꽤 된다. 압구정에 비해 지구단위계획의 영향을 받는 단지와 가구 숫자가 적다는 의미다. 또 아직 용역 완료까지 최소 1년6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 서울시도 이 기간에 심의를 신청하는 재건축단지는 지구단위계획과 별도로 심사 일정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서초구 관계자는 "이미 재건축이 완료된 반포자이나 래미안퍼스티지, 이번에 서울시 도계위 심의를 받아 마무리 단계에 있는 반포1·2·4주구나 신반포3차 등은 지구단위계획 수립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속도가 전혀 나지 않고 있는 신반포2차나 4차 단지 등은 앞으로 수립할 지구단위계획에 얽매일 수밖에 없다. 또 용역 완료 시점인 내년 말에 임박해 심의를 신청한 단지의 경우 '지구단위계획 수립 후 심사하자'는 이야기가 나와 심의가 길어질 것을 조합 측은 우려하고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구단위계획은 도시의 인프라스트럭처를 체계적으로 갖출 수 있다는 점에서 원론적으로는 좋지만 재건축 속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주민들은 규제로 받아들인다"면서 "여의도와 신반포2차나 4차 등 현재 추진 속도가 느린 단지들에는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도입 취지는 좋지만 재건축 속도전을 하려던 곳이나 역세권, 한강변 아파트 등은 지구단위계획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타격이 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상당수 단지들이 재건축을 완료한 상황에서 '조화로운 도시계획'을 이유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때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총 65개인 반포아파트지구 내 단지 중 절반 수준인 30개 이상이 이미 재건축을 완료했거나 재건축을 추진 중인 상황이다. 결국 '반쪽짜리 지구단위계획'이 되는 셈이다.
서울시는 총 18개 아파트지구 중 압구정 1개만 계획수립을 끝냈고, 이번에 반포, 서초, 여의도 등 3개 지구를 추가로 지구단위계획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향후 남은 14개 단지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계획수립을 예정하고 있다. 3개
[박인혜 기자 / 손동우 기자 /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