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G생명 전경 [사진 제공 = ING생명] |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 생보사 상장사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4곳이다. 지난 2009년 10월 생보사 가운데 가장 먼저 증시에 상장한 동양생명은 공모가가 1만7000원이었다. 그러나 현재 주가는 1만100원 수준으로 상장 이후 7년 동안 단 한차례도 공모가를 넘어서지 못하면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도 증시에서는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2010년 공모가 11만원을 책정해 코스피에 화려하게 입성했지만 현 주가는 10만9000원으로 공모가에 소폭 못미치는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 밖에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역시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생보사들의 주가가 부진한 것은 무엇보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된 영향이 크다. 일반적으로 보험사들은 금리가 오를 경우 이자 마진과 투자 수익이 상승해 실적이 개선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과거 고금리 때 고정금리로 팔아놓은 금리보장형 상품의 역마진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고, 이에 따라 주가도 내려앉았다. 여기에 IFRS 17 등 신자본규제가 도입되면서 당분간 '생보사 잔혹사'는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가운데 ING생명이 코스피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업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차별화된 강점으로 제2의 도약을 하겠다는 것. 다만 시장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ING생명은 앞서 상장한 생보사들의 주가와 차별화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흥행에 실패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목소리도 있다.
ING생명은 앞선 보험사들과 달리 연 6%가 넘는 고금리 확정이율 상품의 비중이 10.2%로 업계 평균(23.1%)의 절반 수준이다. 저금리가 계속되더라도 확정금리형 상품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ING생명은 장기채권, 현금 등 안전자산 비율도 97%로 생보사 상장사 평균(67%) 대비 우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보험업계의 재무 건전성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은 2016년말 현재 319%로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스탠더드에 따라 자산부채관리(ALM)전략을 구사해온 덕분에 금융당국이 향후 지급여력제도를 강화할 경우 오히려 RBC비율이 크게 높아지는 등 규제환경 변화에 최적화된 재무건전성을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ING생명은 상장된 타 생명보험사 대비 RBC 비율이 높고 이미 긴자산 듀레이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하는 점이 매력적"이라면서 "또 사망담보 비중이 커 보장성 보험의 수익성에 기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모펀드(PEF) 소유 기업으로 신주발행 없이 100% 구주매출로만 상장한다는 점은 흥행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매각 작업이 몇차례 무산되자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나선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ING생명은 MBK파트너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에 공모하는 주식 3350만주는 100% 기존 주주 물량(구주)으로, 전체 발행주식의 40.8%에 해당한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투자액 회수는 당연한 수순이다. 문제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업계 1위인 삼성생명 보다 공모가를 높게 산정했다는 점이다. ING생명의 희망공모가는 3만1500~4만원이다. ING생명은 삼성생명의 주가순자산비율(PBR) 0.81배, 한화생명의 PBR 0.64배를 평균한 0.72배를 적용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주요 생보사 가운데 PBR 0.8배를 넘는 곳은 없다. 삼성생명의 경우 최근 주가 상승에 따라 0.9
증권업계 관계자는 "IPO를 통한 첫 엑시트인 만큼 향후 수요예측이나 청약 결과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상장 이후 주가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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