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그레이드 서울, 구청장이 뛴다 / ① 정원오 성동구청장 ◆
10년간 표류했던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사업이 본궤도에 오른다. 정원오 성동구청장(49)은 최근 '업그레이드 서울, 구청장이 뛴다' 시리즈 코너 첫 주자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성수전략정비구역 내 4개 지역 중 1·3지구의 조합 설립 찬성률이 75%에 육박한다"며 "곧 조합 설립 인가를 내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4지구는 이미 조합을 설립했다.
이로써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후 '35층 규제'에 묶였던 서울시 한강변 50층 재건축이 다시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때 25% 기부채납을 골자로 한 '한강르네상스' 계획안을 받아들여 50층 개발이 가능하도록 승인을 받은 곳이다. 성동구 서울숲 인근은 갤러리아포레를 시작으로 두산 트리마제와 대림산업의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등이 들어서는 '신흥 부촌'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 구청장은 "최근 성수동 일대 개발이 활성화하면서 사업성을 걱정했던 주민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성수전략정비구역 주민들은 강변북로 지하화 등에 필요한 비용 때문에 발생하는 과도한 조합원 분담금을 이유로 개발에 난색을 표했다. 정 구청장은 "지역 부흥을 위해 압구정동과 성수동을 잇는 수상셔틀 등을 놓는 등 창의적인 방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남과 강북을 연결하는 수상셔틀을 도입해 도심 연계성을 강화하고 강남북 균형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2014년 지방선거 때 처음 구청장으로 부임한 그는 공약으로 내세웠던 지하철 2호선 지하화도 포기하지 않았다. 성동구를 지나가는 2호선 지상철을 지하화하면 여유 용지가 생겨 입체적 개발이 가능하고 소음이나 매연 등 부작용도 줄어든다. 정 구청장은 "2호선 지하화는 대선 후보들에게도 적극 건의해 놨다"며 "지하화로 생긴 여분의 땅을 민간에 매각해 자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2호선 지하화가 장기적 사업이라는 점을 고려해 성사 전까지는 지상철과 주변 경관을 조화롭게 만드는 것이 성동구의 목표다. 정 구청장은 "서울시민 100만명이 2호선을 이용하는데, 현재 성동구 쪽을 지나가는 철도 밖 경관은 건조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 구청장은 지상철 바깥으로 보이는 건물 옥상에 특색 있는 펍(PUB)이나 텃밭을 조성하면 비용을 일부 지원해줄 계획이다. 그는 "개인의 경관을 관의 도움을 통해 시민에게 돌려줄 수 있다면 소중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성동구는 성수동 공장 지대에 건물을 새로 지을 때 붉은 벽돌을 사용해 경관을 맞추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실험도 실시하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작년 성수동에 용지를 매입해 본사 사옥을 짓고 있다. BMW코리아는 답십리에 있는 서비스센터 업무시설을 성동구로 옮기기 위해 성수동에 새 건물을 짓는다.
정 구청장은 "성수동 공장 용지를 사서 본사를 지으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최대한의 행정 편의를 제공해 보이지 않는 규제를 없앴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지식산업센터 15곳과 기업 본사 8곳이 성동구로 2019년까지 이전하기로 했다. 현재 성동구는 최대 허용 용적률 400%를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조치한 상태다.
정 구청장은 취임 후 성동구의 교육 여건 강화에 힘써 왔다. 그는 "구청장으로서, 그리고 구 공무원으로서 주민들이 교육 환경 때문에 지역을 떠난다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획기적인 투자를 단행한 결과 올해 성동구에서는 인문고등학교 2곳이 개교했다. 정 구청장은 "예전에는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 다른 구로 이사했는데, 이제는 구내 진학률이 굉장히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성동구청 설문조사에 따르면 과거에는 성동구민 중 28%가 교육 문제로 이사를 가겠다고 답했는데 현재는 이 수치가 14%로 줄었다.
특색 있는 자치구 발전을 희망하는 정 구청장은 획일적인 도시계획이 자치구와 서울시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한다. 그는 "도시계획과 개발에 대한 결정권이 사실상 시에 집중돼 있다"며 "각 구에 도시계획 권한을 나눠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구청장은 "35층 규제도 강남북 균형 발전을 위해 강북에서는 획일적인 잣대를 벗어나 '통 큰 개발'을 허용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 구청장은 서울숲 삼표레미콘 용지에 서울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로 자리매김할
[박인혜 기자 / 김강래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