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사상최고치 근접 / 6년만에 박스권 탈출 기대 ◆
↑ 2일 코스피가 장중 2229.74까지 오르며 장중 최고치(2011년 4월 27일 2231.47)에 바짝 다가섰다. 이날 오후 서울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김재훈 기자] |
2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0.65% 오른 2219.67로 마감하며 2220 고지 턱밑까지 올랐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수세가 쉼 없이 달리고 있어 코스피 장중 사상 최고치(2231.47)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데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도 1314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달 28일 잠시 순매도로 전환했지만 지난달 20일 이후 사들인 주식만 1조7000억원어치에 달한다. 지난달 초 잠시 부각됐던 '셀 코리아' 열풍은 이미 과거 얘기가 됐다. 외국인들은 올 들어서만 6조3901억원어치를 샀다.
남은 관건은 전고점을 깬 코스피가 대세 상승 국면을 얼마나 탄력 있게 더 이어갈 것이냐다. 수치만 보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 덕분에 한국 주식은 전 세계에서 가장 싼값에 거래되고 있다.
BNK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MSCI지수 기준으로 한국은 2일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1.07배 선에 거래되고 있다. 글로벌 주요 주식시장 중 PBR가 한국보다 작은 시장은 러시아가 유일하다. PBR는 시가총액과 기업의 순자산을 비교한 것으로 수치가 1을 간신히 넘는다는 것은 주식이 청산가치 근처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 주식시장이 지난 1분기에 깜짝 실적을 기록했지만 2015년 루블화 가치 폭락 여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휘청거리는 러시아와 별 차이 없는 박한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임혜윤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PBR 등을 고려할 때 한국 증시가 향후 지수 2345까지는 무난히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한국과 비슷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기록 중인 브라질 시장만큼만 평가를 받아도 지수가 3000 부근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거의 전 업종에 걸쳐 1분기 실적 호조가 예상되는 점도 코스피 재평가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올해 말 예상실적 기준 9.6배 선인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은 내년 말 기준 8.9배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내년 역시 한국 기업들이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밸류에이션 장세'로 주가를 끌어올릴 거란 전망이다.
때마침 한국 수출 역시 완연한 회복세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기준 한국 수출은 전년 대비 24.2% 증가하며 6개월 연속 시장 예상치를 넘었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의 기초체력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한국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가시화되면서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커질 것이란 기대도 큰 상태다.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그동안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할 때 배당주보다는 성장주로 접근해왔는데 최근 실적 개선에 배당까지 늘어나고 있으니 최적의 조건을 둘 다 갖춘 미인주가 된 셈이다.
한국 주식의 PBR(MSCI코리아지수 기준)는 지난해 말 기준 0.92배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1.07배까지 올라선 상태다. 하지만 일본(1.34배)에 비하면 여전히 낮다. 그만큼 싸다는 얘기다.
최명환 CLSA코리아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한국 주식 PBR가 작년까지만 해도 1배가 안될 정도로 저평가돼 있었다"며 "ROE 8%대를 내는 독일 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이 장부가 대비 1.2~1.4배대에서 거래되는 것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싼 것"이라고 밝혔다. 상승 국면에 놓인 미국 금리는 더 이상 한국 증시의 발목을 잡는 변수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4년 6월부터 2년간 미국 금리는 연 1%에서 5%대로 수직 상승했지만 코스피는 이 기간 800을 밑돌다가 1000 고지를 돌파했다. 이 같은 흐름은 2007년 10월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2000을 돌파할 때까지 계속됐다. 당시 미국은 연방준비위원회 성명서를 통해 시장이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도록 충격 완화 요법을 썼다. 올해 역시 비슷한 금리 인상 전략을 펼치고 있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전고점을 돌파한 주식시장이 단기간 급격히 오르는 대세 상승에 들어가기까지는 적잖은 난관을 거쳐야 한다. 9일 대선 이후 한국 새
가장 큰 걸림돌은 2000~2200선을 코스피 최고치로 설정해 놓은 시장의 암묵적인 합의다.
[한예경 기자 /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