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이 제도 도입 10여년만에 150조원 가까이 쌓였지만 저금리 기조 탓에 연 수익률은 1%대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47조원으로 전년 말 126조4000억원보다 20조6000억원(16.3%) 큰폭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은 1.58%에 그쳐 물가상승률(1%)를 겨우 넘어선 수준에 그쳤다. 전년 수익률(2.15%) 대비 0.57%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해마다 큰폭으로 늘어나 몸집이 커지면서 발빠른 자산운용이 어려워진데다 지난해 내내 저금리 기조가 유지된때문이라는게 금감원측 설명이다.
회사가 직원들의 퇴직 적립금을 책임지고 운영, 퇴직급여 수준이 사전에 결정되는 확정급여형(DB) 수익률은 지난해 1.68%를 기록, 퇴직연금 전체 평균(1.58%)보다 높았다. 반면 근로자가 적립금 운용책임을 지고 향후 운용실적에 따라 퇴직급여가 변동되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수익률(각 1.45%)은 평균치에 미치지 못했다. IRP는 근로자가 이직 또는 퇴직할때 받은 퇴직급여를 쌓아두고 계속 운용해 55세 이후에 연금이나 일시금 형태로 받을 수 있는 퇴직연금 상품이다.
적립금 운용 형태로 나눠보면 원리금 보장상품의 지난해 연 수익률은 1.72%로 시중은행 1년짜리 정기예금 평균금리 1.63%과 별 차이가 없었다. 같은기간 실적배당형상품 수익률은 -0.13%를 기록, 원금손실을 보는 등 1년전 수익률보다 2.31%포인트 떨어졌다. 그만큼 지난해 투자운용이 쉽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다만 장기간 운용되는 퇴직연금 특성에 맞춰 5년·8년치로 따져본 퇴직연금 장기 연평균수익률은 각각 2.83%과 3.68%에 달했다. 같은 기간 DB형 수익률은 2.77%, 3.55%였는데 DC형과 기업형IRP는 5년 수익률이 3.06%, 8년 수익률은 4.04%였다.
퇴직급여 유형별로 적립금을 따져보니 DB형이 지난해보다 15.4% 늘어난 99조6000억원으로 전체 적립금의 67.8%를 차지했다. 같은기간 DC형은 20.3% 증가한 34조2000억원, 개인형IRP는 14.1% 뛴 12조4000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안정적인 자금 운용이 중요한 퇴직연금의 특성상 전체 적립금 중 89%인 130조9000억원이 원리금 보장상품에 투자됐다. 실적배당형은 102조원으로 6.8%에 그쳤다. 원리금보장상품의 47.7%는 예·적금에 투자됐다. 42.9%는 보험, 7.9%는 ELB(원리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 순이었다. 실적배당형에 투자된 퇴직연금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집합투자증권(94.7%)이다. 이중 84.7%는 채권형·채권혼합형펀드, 8.1%는 주식형펀드에 투입됐다.
금융권역별로 보면 은행권에 쌓인 퇴직연금 적립금이 전체의 49.8%인 73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생명보험이 36조원으로 24.5%, 금융투자와 손해보험이 26조6000억원과 9조9000억원으로 각각 18.1%과 6.8%를 차지했다.
한편 지난해 퇴직급여를 받기 시작한 은퇴자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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