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뉴스 ◆
◆ 로보어드바이저는 무엇인가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자문가를 의미하는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알고리즘대로 인간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투자종목이나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짜서 그대로 매매하는 것을 말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의 위험성향과 자금활용 목적, 투자기간 등을 파악해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는 기대수익률과 위험도가 반영된 포트폴리오를 로봇이 제공한다는 게 특징이다. 실제 로보어드바이저는 어떤 절차로 운영될까. 우선 투자자로부터 다섯 가지 안팎의 간단한 설문을 통해 위험성향, 투자목적, 금액, 목표수익률 등을 파악한다. 이어 로보어드바이저가 투자자별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추천하고, 투자자와 계약을 맺은 증권사나 은행을 통해 투자를 실행한다. 이후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로보어드바이저가 자동으로 자산 비중을 조절하게 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500만원 이상의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비대면 계약이 허용되지 않고 있어 소액 투자자라도 반드시 얼굴을 맞대고 계약을 해야 한다.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를 운용하는 자문사들이 수많은 소액 투자자 개개인과 일일이 대면 계약을 하기 어려운 만큼 자문사와 고객 간 직접 계약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따라서 국내 로보어드바이저들은 판매사를 끼고 주로 펀드나 자문형랩 형태로 상품을 출시한다. 펀드나 자문형랩으로 팔리면 투자자가 판매비용을 추가로 부담하는 구조다.
로보어드바이저의 또 다른 특징은 낮은 운용수수료다. 미국의 주요 로보어드바이저를 살펴보면 웰스프런트(Wealthfront)는 0.25%, 베터먼트(Betterment)는 0.15~0.35%, 퓨처어드바이저(Future Advisor)는 0.5%의 수수료를 각각 받고 있다. 와이즈반얀(Wise Banyan)은 기본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하고 절세 등 부가서비스만 수수료를 받는다.
전통적 자문서비스의 평균 수수료가 1%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저렴한 편이다. 다만 국내 로보어드바이저는 현재 증권사나 은행, 운용사와 결합한 형태로 상품이 출시돼 아직은 수수료가 1.5~2% 정도로 적지 않은 편이다. 비대면 일임계약이 전면 허용돼 온라인 가입이 현실화하면 국내 로보어드바이저도 0.5% 이내의 저렴한 수수료가 가능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최근 운용 1년을 맞은 로봇 펀드의 성과는 어떨까. 매일경제신문은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의뢰해 국내에 출시된 5개 주요 로보어드바이저와 8개 인간 펀드의 상품성을 수익률, 위험도, 수수료 3가지 측면에서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현재까지는 로봇 펀드가 인간 펀드에 다소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수익률을 보면 지난해 4월 18일 처음 출시된 '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채권혼합형' 펀드는 지난달 25일 기준 최근 1년 수익률이 0.21%다. 같은 유형의 인간 펀드 2개(멀티에셋글로벌두루두루자산배분, 한국투자에셋클래스)가 평균 4.6%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저조한 수치다. 현재 로봇 펀드 설정액 740억원의 3분의 2가 채권혼합형에 집중돼 있다.
주식혼합형과 주식형은 큰 차이가 없었다. '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주식혼합형' 펀드는 최근 9개월 동안 3.0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유형의 인간 펀드 3개(블랙록글로벌자산배분, 삼성글로벌다이나믹자산배분, 한국투자SS글로벌자산배분)의 평균 수익률(3.23%)보다 조금 낮았다. 주식형의 경우 로봇 펀드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이 4.04%로 인간 펀드(KB글로벌주식솔루션, 3.86%)보다 다소 높았다.
로봇 펀드의 전반적인 성과 부진에 대해 전문가들은 작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투자 위험도를 나타내는 '변동성'은 로봇 펀드가 인간 펀드보다 컸다. 변동성은 낮을수록 안전하고, 높을수록 투자위험이 높음을 의미하는데 로봇 펀드의 변동성이 5~7%로 인간 펀드 3~6%보다 1~2%포인트 높았다. 시장 기대와 달리 로봇 펀드가 인간 펀드보다 투자비용이 더 비싼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로봇 펀드들은 0.7~0.8%의 운용보수를 받아 0.6% 수준인 인간 자산배분 펀드보다 0.1~0.2%포인트 높다.
◆ "로봇은 진화 중…인간 능가할 것"
다만 아직은 로봇 금융상품에 대한 희망을 버리기에 이르다는 목소리가 크다. 첫 로봇 펀드가 탄생한 지 1년이 됐지만 나머지 펀드는 대부분 설정된 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변수가 사라진 올해 수익률만 놓고 보면 로봇 펀드가 인간 펀드보다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투자자들의 기대도 여전해 신규 로봇 펀드가 매월 하나둘씩 만들어질 때마다 수십억 원씩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현재 국내 로보어드바이저는 대부분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에 '딥러닝(Deep Learning)'을 일부 가미하는 형태로 운용된다. 머신러닝은 이름 그대로 기계가 과거 학습을 통해 미래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이다. 인공지능 발전 4단계에서 머신러닝이 3단계라면 딥러닝은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간 4단계다.
정홍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머신러닝은 일반 알고리즘에 통계와 확률 개념을 추가함으로써 새로운 변수가 발생했을 때 로봇이 확률에 따른 가중치를 자동으로 부여해 움직이도록 했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딥러닝의 경우 인간의 뇌신경 회로를 모방한 인공신경망(Neural Network)을 적용하고 이를 활용해 좀 더 복잡하고 다각적인 학습을 거침으로써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판단까지 할 수 있는 기술이다.
조홍래 쿼터백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금융 영역의 경우 딥러닝을 위해 제공되는 데이터의 양이 부족하고, 과거 데이터를 통해 학습했다고 하더라도 이후 일어날 수 있는 변수들이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다양해 아직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로봇이 금융투자의 세계에서 인간을 완전히 이기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상당한 범위까지는 머지않아 인간보다 나은 성과를 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펀드매니저 경력 30년의 국내 최고 투자 고수로 손꼽히는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손정의(일본 소프트뱅크 사장)식 미래 통찰의 영역이 아닌 과거 데이
로봇이 굴리는 펀드를 믿고 투자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