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시대 금융정책
전성인 한국금융학회장(홍익대 교수)은 "과거 정부의 서민금융 정책이 실패한 데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면서 "정부가 국민행복기금에 한 푼도 투자하지 않은 점과 국민행복기금이 채무 조정 기능보다는 채권 추심 기능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새 정부가 이 두 원인을 보완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최창규 명지대 교수는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규제를 대폭 풀어서 벤처캐피털 활성화 등 민간의 역할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과거와 같이 관치하겠다는 발상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승자가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 금융정책의 가장 큰 당면 과제인 가계부채 대책은 여신심사 강화에 초점을 맞춘 박근혜정부의 정책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최종 공약집을 통해 가계부채 총량 관리의 일환으로 총체적상환심사지표(DSR)를 여신 관리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새 정부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변경하기보다는 DSR를 통해 주택담보대출 외에 다른 대출 정보도 고려해 상환 능력을 더 엄격히 심사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총량관리제를 도입하는 것도 가닥이 잡혔다. 가계부채 총량관리제란 가계부채 증가율을 소득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하고,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50%를 넘지 않게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새 정부 정책 기조가 서민생활 지원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고금리 부담을 낮추기 위해 대부업 등 최고 이자율을 이자제한법에 따른 이자율로 일원화하고 원금을 초과하는 이자 부과를 금지하는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특히 이자 상한율을 20%로 단일화해 법상 이자 제한 상한선인 25%와 대부업 상한선인 27.9%를 모두 20%로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소액·장기 연체 채무에 대한 과감한 정리와 소멸시효가 완성된 죽은 채권에 대한 관리가 강화된다. 이로써 행복기금 보유 1000만원 이하·10년 이상 연체 채권을 소각해 취약계층의 생활권을 확보하고,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에 대한 상환 종용은 금지된다. 인터넷전문은행과 성과연봉제 등 박근혜정부의 정책은 힘이 빠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한 은산 분리(산업 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 완화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비금융 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증자는 힘들어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출범 초기 활성화를 위해 업계와 시장이 요구하는 은산 분리 완화 조치가 꼭 이뤄져야 한다"며 "금융당국 수장의 진용이 갖춰지면 이 문제를 전향적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요청했다. 고용 감축을 야기할 수 있는 금융권 성과연봉제나 인력 구조조정도 당분간 최소화될 전망이다. 금융감독기구 개편은 장기적으로 시간을 갖고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주변에서도 현상 유지하되 내년 초에 개편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문 대통령은 금융정책·금융감독·금융소비자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