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아직까지 추세 전환으로 보기엔 이르다며 사상 최고점까지 가파르게 오른 코스피가 외국인 차익실현으로 잠시 주춤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주말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국제 정세가 다시 한 번 긴장 상태에 빠져든 데다 1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면서 당분간 숨 고르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외국인은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958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63(0.20%) 오른 2290.65를 기록하면서 2290선을 회복했지만 기관(254억원), 개인(347억원)의 순매수 물량은 많지 않았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에는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3065억원의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지난해 11월 14일(-3370억원) 이후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이 이 같은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조심스럽게 낙관하는 까닭은 수급과 밸류에이션 때문이다. 일단 외국인 투자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데다 국내 주식시장이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는 얘기다.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주(5월 4~10일 일주일간) 한국 펀드로 글로벌 자금 11억달러가 유입됐다. 같은 기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 전체에 유입된 자금이 22억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그중 절반이 한국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를 MSCI코리아지수의 시가총액과 비교하면 시가총액의 0.15% 정도에 해당하는 자금이 일주일 새 유입된 셈이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한국은 여전히 외국인에게 싼 주식에 속한다. 가령 MSCI아시아지수(일본 제외)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 12일 12.8배에 거래됐다. 현재 아시아 기업들 주가가 실제 기업이 올해 벌어들일 수 있는 돈에 비해 13배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주 홍콩 중국 등의 PER가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10배에도 못 미치는 9.2배에 거래되고 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외국인 매도세는 "단기 급등 이후 쉬어가는 장세로 봐야 한다"며 "그동안 많이 샀으니 차익실현 움직임이 나올 때도 됐고 전체 매매 기조 변화 자체로 보기는 아직까지 이르다"고 해석했다.
최동환 신한금투 수석연구원도 "코스피 2300선이 일종의 저항선이 되고 있다"며 "외국인들도 기술적 지표에 따라 기계적 매도를 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변수가 있다. 우선 지난주 말 북한의 첫 미사일 도발로 지정학적 위기가 재차 불거진 데다 장세를 이끌어오던 1분기 실적 발표 시기가 마무리됐다는 점이다.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는 데다 실적 개선 지속에 대한 확신이 떨어질 경우 외국인이 그동안 올랐던 종목들을 청산하고 차익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지난 3월 중순만 해도 코스피 기업 실적 전망치가 한 주 새 10.8% 이상 개선됐으나 지난 한 달간은 6.5% 상승하는 데 그쳤다. 그만큼 실적 개선 강도가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미 지난달 이후 외국인들 포트폴리오 중에서는 대표적 경기민감주인 화학·철강 등에서 차익실현이 나타나고 있고 이달 들어 반도체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 목표치가 2300선이었는데 최근 지수가 여기에 근접하고 있어 방어적 대응을 권고하고 있다"며 "외국인이 주도 업종에 대한 차익실현 심리가 강화될수록 코스피의 추가 상승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예경 기자 /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