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저금리 기조에 수익성이 악화된 시중은행이 자동차 금융에 뛰어들면서 기존에 캐피털사 등 2금융권이 장악하고 있던 자동차 대출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그동안 자동차 금융 시장은 캐피털, 카드사 등 할부금융을 취급하는 여신전문업계 텃밭이었다. 그런데 시중은행이 저금리에 신차 구입 자금을 빌려주는 '오토론' 서비스를 잇달아 출시하면서 여전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KB국민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낮은 금리를 무기로 모바일 은행 자동차 대출상품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기존 자동차 대출 강자로 분류되는 캐피털과 카드사 등 2금융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2010년 은행권 최초로 신차 구입 자금 대출상품 '마이카 대출'을 선보인 뒤 중고차 금융과 중고차 시세 조회, 허위 매물 여부 확인 등을 할 수 있는 '신한 마이카 중고차 서비스' 도 내놨다. 마이카대출 실적은 꾸준히 증가해 누적 대출 잔액이 2015년 말 2조1167억원에서 올해 5월 19일 현재 3조4512억원으로 1년6개월 새 1.5배 가까이 급증했다.
다른 은행들도 자동차 대출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KB국민은행은 'KB 모바일 매직카대출', 우리은행은 '위비 모바일 오토론'을 내놨다. KEB하나은행은 '원큐(1Q) 오토론', NH농협은행은 'NH간편 오토론'을 각각 출시했다. 이들 은행 자동차 대출상품의 특징은 은행을 방문할 필요 없이 모바일 앱을 통해 즉시 대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간 자동차 금융시장과 거래가 멀었던 생명보험업계도 자동차 금융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빅데이터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한화생명은 지난해 8월 SGI서울보증보험과 협약을 맺고 올해 상반기 중 자동차 구입 자금 대출(오토론)을 출시할 방침이다. 보증서 담보대출로 보험설계사가 자동차 대출을 받으려는 금융소비자를 한화생명 대출 부서에 소개하고 인센티브를 부여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일반적으로 돈을 빌려 자동차를 구매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고객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자동차회사에 차값을 내는 '자동차대출'(오토론)과 고객-할부금융사(캐피털·카드사)-자동차업체 3자가 계약을 맺고 고객은 할부금융사에, 할부금융사는 계약한 자동차회사에 차값을 대납하는 '자동차할부'가 있다. 대출자 신용등급이 5등급 이내라면 은행 자동차 대출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은행 오토론은 일반적으로 동일한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할부금융사 상품보다 0.4~1%포인트 정도 금리가 낮다. 반면 캐피털사가 제공하는 자동차할부는 주로 자동차 제조사와 캡티브(전속) 계약을 맺고 있는 할부금융사를 통한다. 일정 시점에 자동차회사가 재고 소진 등을 위해 내놓는 1%대 특판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신용등급에 따른 차별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은행·보험사의 자동차 대출시장 공습으로 자금력이 약한 중소형 캐피털사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 캐피털사의 중고차 할부금융 평균 금리는 조달금리 격차 때문에 현대캐피탈 등 대형사와 최대 7%포인트 차이가 난다. 저금리를 내세운 1금융권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
반면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력을 갖춘 완성차·수입차 전속 회사와 금융지주 계열 캐피털사는 갈수록 커지는 자동차 대출시장을 은행과 양분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주요 캐피털·카드사들은 중고차 가격 정보 등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하는 등 자동차 대출시장 수성에 나섰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