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커버드콜펀드를 포함해 올해 상반기에 3종의 자체 개발 펀드를 내놔 5000억원의 펀드 설정액을 끌어모았다. '신한BNPP 커버드콜 펀드'는 신한은행 자산운용팀이 고수익보다는 안전한 투자를 원하는 고객들의 투자 수요를 조사한 뒤 여기에 맞는 '목표전환형 펀드'로 직접 개발한 것으로, 중위험·중수익 펀드 상품이다. 목표전환형 펀드는 당초 고객에게 약속한 연 수익률을 달성하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을 모두 처분하고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만 운용한다. 주가지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극과 극을 오가는 일반 주식형 펀드보다 수익이 덜 나올 수 있지만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아 안전투자 성향 고객에게 인기가 많다. 현재 운용사인 KTB자산운용·골든브릿지자산운용 모두 당초 목표한 수익률 6%를 달성했는데, 연 수익률로 환산하면 23.8%에 달한다. 시장 반응이 좋자 신한은행은 지난 22일 네 번째 자체 개발 펀드(KTB밸류목표전환형2호펀드)를 만들어 투자자를 모으고 있다.
KB국민은행도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신경제 목표전환형 증권투자신탁 1호 등 15종에 달하는 자체 기획 펀드를 판매해 올해에만 벌써 1000억원의 투자금을 모았다. 올 들어 10개 펀드에서 9600만달러에 달하는 판매액을 올린 달러투자 통화안정증권(통안채) 펀드는 KEB하나은행이 개발했다.
투자자가 달러로 투자금을 넣으면 운용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미래에셋·KB자산운용이 원화로 바꿔 통안채와 은행채를 구입한 뒤 수익금을 다시 달러로 돌려주는 상품이다. 채권투자수익(1%대)에 통화스왑수익(0.5%)이 추가로 나오는 것이 장점이다. 현재 일부 증권사가 대형 법인이나 기관투자가를 겨냥한 비슷한 성격의 펀드를 판매하지만 개인투자자용 펀드로 내놓은 것은 하나은행이 최초다.
우리은행은 아예 고객이 상품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주문 제작 방식의 사모펀드를 취급한다. 고액 자산가와 법인·기관 자금 담당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상품 만기, 기대수익률, 투자 대상을 정한 사모펀드 5종을 출시해 2주 만에 판매 목표치였던 1700억원을 모두 채웠다.
현행법상 은행이 펀드를 운용하는 투자일임업은 금지돼 있다. 은행들이 펀드를 만들어도 운용은 자산운용사에 맡길 수밖에 없는 셈이다. 대신 자산운용사·증권사에서 전문인력을 영입하거나 금융지주 내 자산운용 계열사 인력으로 별도 펀드팀을 꾸려 펀드 구조를 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을 찾는 자산가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투자 성향이 강한데, 기존에 자산운용사들이 내놓은 펀드 중에는 이들을 만족시킬 상품을 찾기 힘들다"며 "상품 콘셉트를 은행이 직접 짜면 고객용 맞춤형 펀드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이 같은 행보에는 향후 은행권 투자일임업무 규제가 풀릴 것을 기대해 일찌감치 관련 분야 역량을 키우려는 사전 포석의 의미도 있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도 은행·증권 등 금융업권 사이 업무 칸막이를 허물어야 한다는 입장인 만큼 앞으로 관련 규제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일임업이 전면 허용될 것에 대비해 해당 부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를 넘보는 은행들의 시도는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기존 수익구조를 바꾸려는 전략의 일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