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2금융권까지 대출 강화를 예고하면서 저신용·서민들의 돈 줄이 마르고 있다.
특히 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다중채무가 많아지는 경향을 보이는 만큼 2금융권 대출 요건이 보다 강화될 경우 돌려막기 한계에 따른 가계부실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29일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저신용·서민을 중심으로 여러 건의 채무를 감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신용등급 1~10등급자 중 사실상 빚 상환능력이 없는 신용등급 10등급자의 평균 대출은 2.68건을 기록해 가장 많았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은 무려 32만1487명에 이른다.
이들은 90일 이상 연체를 경험하고 있거나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신용등급 군으로 평균 4300만원의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불법 사금융 시장 등에서 자금을 조달해 빚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0등급과 함께 하위 신용등급으로 분류하는 8등급과 9등급의 평균 대출 건수 역시 각각 1.90건, 1.87건으로 작지 않은 수준이다. 이들 등급의 대출액은 3800만원, 2600만원에 달한다. 저신용자에 다중채무가 집중되는 양상이다.
반면 상위 신용등급의 경우 평균 대출 보유 건수는 1등급 1.30건, 2등급 1.61건, 3등급 1.42건으로 하위 신용등급 대비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2금융권 관계자는 "최하위 신용등급은 현재 연체를 하고 있거나 심각한 연체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부실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빚을 빚으로 돌려막다 보니 다중채무가 발생하고 빚의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에서도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일부는 저신용자 대출이 개점휴업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 강화를 예고하면서 조금이나마 취급했던 신용 8~9등급자 대출을 아예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예년 수준의 대출 성장세를 넘지 못하도록 관리를 요구하고 있어 대출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설상가상으로 제도권 금융권에서 밀려난 저신용·서민들 급전을 마련할 수 있는 대부업체에서도 돈 가뭄이 시작되면서 불법 사금융 시장 확대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부업체 관계자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9등급도 대출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9등급 신규 대출은 취급하지 않는다"고 전했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주요 대부업체들의 평균 대출 승인률은 지난해 3월부터 시작한 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10%대 초반 수준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쉽게 말해 10명이 대출을 신청하면 1명만 승인을 해주는 셈이다. 몇몇 대부업체는 신규대출을 잠정 중단한 곳도 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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