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정부 임대주택 표본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현실은
↑ 충정로역 인근에 들어서는 서울시 역세권 2030청년주택 투시도. [매경DB] |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역세권 2030청년주택 사업 신청 174건 중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인 것은 12건에 그치고 있다. 이 중 사업승인이 떨어진 곳은 용산구 한강로 2가 2-350(삼각지역), 서대문구 충정로 3가 72-1(충정로역), 마포구 서교동 395-43(합정역) 등 3곳에 불과하다.
역세권 2030청년주택 사업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민간 자본의 임대주택 사업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4월 발표한 임대주택 정책이다. 용적률을 높여주는 등 규제 완화로 사업자에 인센티브를 주고 청년층에 양질의 주거 공간을 제공하도록 했다. 사업자는 종상향 혜택을 얻는 대가로 주택의 20~25%를 공공임대주택으로 기부채납한다. 나머지 75~80%는 연임대료 상승률이 5%로 제한되는 준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며 준공공임대주택은 8년 뒤 분양이 가능하다.
하지만 역세권 2030청년주택 사업의 가장 큰 혜택이라 볼 수 있는 종상향을 받기 위해서는 기본 용지면적이 500㎡(준주거로 상향) 이상 또는 1000㎡(상업지로 상향)에 달해야 해서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 임대사업자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또 다른 사업 요건인 '역세권의 범위'가 전철역 승강장 경계로부터 250m 이내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서울시내 '초역세권'에 대형 용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서울 초역세권 상업지 가격이 3.3㎡에 1억원, 상업지와 붙은 이면의 3종주거지도 3.3㎡에 5000만원에 달하고 있어 3종주거지를 상업지로 종상향 받아 역세권 2030청년주택 사업을 하려면 땅값만 최소 150억원 이상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 미래에셋이 역세권 청년주택을 짓기 위해 이랜드로부터 매입한 마포구 서교동 합정역 인근 용지도 규모가 6735㎡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초역세권에 대형 용지가 개발을 위해 남아 있느냐다. 역세권 주변 대부분 필지가 200㎡ 이하로 잘게 쪼개져 있어 1000㎡ 용지를 확보하려면 5~6개 필지를 합쳐야 사업이 가능하다.
같은 맥락에서 역세권의 범위를 250m에서 통상 건설업계에서 아파트 분양 때 '역세권'으로 사용하는 500m로 확대해 '임대료'를 낮출 필요가 있다. 역세권 범위를 250m로 제한하다 보니 상업지 또는 상업지와 붙은 주거지에서만 사업이 가능한데 이들 용지는 땅값이 비싼 게 문제다. 사업 수익성을 맞추려면 높은 임대료를 받아야 하는데 역세권 2030청년주택 사업은 시작부터 "청년층이 이용하기엔 임대료가 너무 비싸다"는 비판을 받고 휘청이는 상황이다.
역세권 2030청년주택 사업은 시세의 60~80%(공공임대), 또는 시세의 90%(준공공임대) 수준의 임대료를 받도록 돼 있지만 주변 시세가 높으면 어쩔 수 없이 절댓값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고가 '월세' 비판이 일자 서울시는 궁여지책으로 보증금 비율을 높여 월임대료를 낮추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서울시 역세권 사업 1호인 용산구 한강로 2가 삼각지역 청년주택은 신혼부부가 살 수 있는 44㎡(이하 전용면적)가 보증금 8200만원에 월임대료 79만원, 49㎡는 보증금 8500만원에 월임대료가 84만원으로 책정됐다. 역세권 사업을 검토했던 한 건물주는 "초역세권에는 상업, 주거 등 임대수요가 많기 때문에 시세보다 낮게 임대료를 받으며 건물주가 임대주택 사업을 할 이유가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초역세권은 어차피 주변 월임대료가 높기 때문에
[김기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