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이 100%를 넘어서기는 2006년 정부가 아파트값에 거품이 끼었다고 '버블세븐'을 경고한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1·3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경기가 냉각되며 올해 초 92%대까지 떨어진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급반등하고 있다. 특히 강남3구는 5월 낙찰가율이 104.3%를 기록해 뜨거운 아파트값 상승세를 반영했다.
지난 25일에는 서울 압구정 한양아파트 81동 12층(전용면적 210㎡)이 감정가인 32억원보다 4억5000만원 이상 비싼 36억5199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낙찰가율이 114%를 기록한 셈이다.
경매 당시 압구정 한양아파트 같은 평형의 호가는 36억원에 형성돼 있었다.
압구정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면서 주인들이 매물을 싹 거둬들였다"며 "일반 시장에 매물이 없자 매수자들이 경매물건이라도 잡아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압구정 한양아파트가 경매에서 시가보다 높게 낙찰되자 매매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기존 매물은 다시 들어간 상태다. 부동산업계에선 다음에 나오는 매물의 호가는 38억~39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나오는 이 아파트 15층 같은 평형은 지난해 3월 2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1년 동안 10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통상 경매 감정가는 실거래가의 80% 수준에서 결정된다. 감정가의 90%대에만 낙찰받아도 실거래가의 70% 수준까지 낮아지는데 한 차례 유찰되는 경우가 많다. 한 번 유찰될 때마다 최저 입찰가가 20%씩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대부분의 아파트 경매가 1회차에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다.
송파구 신천동 미성아파트 2동 2층(전용 60.3㎡)도 지난 15일 감정가 5억80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7억57만원(매각가율 121%)으로 한 번의 유찰 없이 1회차에 낙찰됐다. 강남구 삼성동 풍림아파트 13층(전용 113㎡)도 이달 초 감정가 13억2000만원보다 높은 13억8700만원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강남만 뜨거운 게 아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삼부아파트 8동 7층(전용 175.8㎡) 역시 감정가 14억5000만원을 상회하는 15억9399만원에 낙찰됐다. 구로구 고척동 삼익1단지 101동 5층(전용 59.8㎡)은 2억2500만원의 115%인 2억5799만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일반 부동산시장에서 매수에 실패한 투자자들이 경매시장에서 감정가보다 더 주고라도 일단 잡고 보자며 몸이 단 분위기"라고 전했다.
건물 경매시장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 51억원에 나온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뒤 건물은 주위 가격이 치솟자 재감정을 받고 감정가를 올려 70억원에 다시 나왔다. 가수 최성수 씨 소유로 알려진 이 건물은 지난 2
최초 감정가보다 30%나 높게 낙찰된 것으로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세금을 제외하면 수익률이 3%에 못 미치는 금액이다. 서정렬 영산대 주택·도시연구소장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시장을 압박하는 규제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정 기자 /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