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게 정석 투자 원칙
내가 사야 할 분명한 논리 있다면 사야겠지만
남들이 산다고 따라 사는 건 투자원칙 어긋나
약세장에도 기회 있고, 강세장에도 위험 있어
사상 최대 이익 코스피, 저평가 국면 확실하지만
들뜬 기대감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시장 봐야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위에 돈 벌었다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주 위주로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인데요. 주로 중소형주 위주로 거래를 많이 하는 개미들은 비싼 삼성전자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지는 않지요. 그래서 하염없이 오르는 코스피가 야속하다고들 많이 해요. 그럼 지금이라도 주식시장에 뛰어들어야 할까요. 일생에 다시 없는 절호의 찬스를 우리는 놓치고 있는 것일까요.
주식투자만으로 세계 최고 거부 자리에 오른 워런 버핏의 투자 원칙은 간단하다고 해요. 버핏의 첫 번째 규칙은 절대 돈을 잃지 말라는 것이고, 두 번째 규칙은 첫 번째 규칙을 절대 잊지 말라는 것입니다. 버핏은 가치투자의 대부 벤저민 그레이엄에게 투자 철학의 근간을 물려받았다고 볼 수 있는데, 그레이엄의 가치투자 핵심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입니다. 두 원칙을 합하면 '돈을 절대 잃지 않을 정도로 싸게 산 주식을 비싸게 팔아서 수익을 내라'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너무 당연한 얘기입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좋은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습니다. 좋은 날을 보내는 인간은 좋은 날이 영원할 것처럼 믿고 그렇게 행동합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지요. 대기업에서 첫 임원으로 승진한 사람들은 어깨에 그렇게 힘이 들어간다고 해요. 오랜 고생 끝에 성과를 인정받아 '별'로 불리는 임원 자리에 올랐으니 세상 전부가 만만하게 보이는 거지요. 그래서 주위사람이 하찮게 보이기도 하고, 식당에 들러 직원에게 막말을 하기도 합니다. 수년 전 비행기에서 승무원에게 막말을 해 유명해진 '포스코 라면 상무' 역시 임원 승진한 지 얼마 안 된 분이었다고 하죠.
주식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강세장이 시작돼 여기 올라탄 투자자들은 이 장이 영원토록 이렇게 갈 것처럼 생각합니다. 2014년 버핏이 버크셔해서웨이 투자자에게 보낸 연례 서한은 이 시점에서 곱씹을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는 "강세장은 섹스와 같다. 끝나기 전이 가장 좋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는 "호황으로 보일 때 수익 하락을 알리는 실적 보고서가 나오면 재앙이 시작된다"며 "남의 말에 신경 쓰지 말아라. 투자비용을 최소화하고, 농장에 투자하듯이 주식에 투자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실제 버핏은 강세장이 절정에 달할 때 "더 이상 먹을 것이 없다"며 장에서 빠져나오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버핏의 눈에 지금 코스피는 어떻게 보일까요. 물론 코스피는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난 실적을 감안하면 아직 저평가된 단계인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내릴 줄 모르고 오르기만 하는 코스피에 "묻지 마 투자"를 해서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반대로 사람은 시절이 어려울 때 영원히 이 고통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생각하기도 합니다. 주식시장이 약세장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끝없이 내리는 주가를 보고, 영원히 오를 날이 없다고 생각하고 손절매를 하지요. 물론 기업 사정이 어려워지고,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면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느끼는 고통이 일시적이라면, 회생 가능성이 있다면 섣부른 결정은 독으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지인 중에 수년 전 정유주 투자로 짭짤한 재미를 본 사례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때는 2014년 11월, 정유주 투자심리가 극단적으로 얼어붙을 때였습니다. 지인이 눈여겨보던 'S-OIL'이란 종목은 2011년 '차화정 랠리'가 정점을 찍었던 순간 주당 15만원을 넘어가며 시세 분출을 했습니다. 하지만 사이클을 타는 정유 산업 특성상 이 회사를 보던 따스했던 눈길은 바로 다음해부터 싸늘하게 얼어붙었고, 급기야 2014년 11월 이 회사 주가는 주당 4만원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그 기간 주가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 세력은 '그것만이 내 세상' 노래를 부르며 연일 주식을 빌려 팔았고, 이 회사 주식을 가지고 있던 투자자들은 끝까지 버티다 결국 주식을 손절매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지만 'S-OIL'은 절대 망할 회사가 아닙니다. 사우디 최대 기업인 아람코가 대주주로 업황만 회복되면 언제든 부활할 수 있는 회사였지요. 그래서 이 지인은 주당 4만원쯤 하던 2014년 말, 과감히 이 회사 주식을 대거 매입했습니다. 그리고는 1년 정도 보유해 주당 7만4000원에 전량 매도했습니다. 사실 이 지인도 100점 만점의 100점짜리 투자를 한 건 아닙니다. S-OIL 주가는 이후로도 계속 올라 지금은 주당 10만원이 넘었거든요. 하지만 업황이 최악일 때 과감히 매수 버튼을 누른 과단성 덕분에 적지 않은 시세차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이지요. 여기서 얻은 결론은 언제나 기회는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비쌀 때 사기보다는 쌀 때 사야 안전하다는 것이지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코스피가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저평가 상태인 것은 확실합니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은 94조원 정도로 사상 최대였는데, 올해는 130조~140조원 정도로 작년보다 40%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해요. 12개월 예상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은 9.3~9.4배 정도로 인도 중국 등에 비해 절반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코스피는 더 갈 수 있습니다. 많은 증권사들도 그렇게 예측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지금만이 기회의 전부는 아니라는 겁니다. 지금 꼭 투자해야 하는 종목이 있고, 그에 대한 나만의 분명한 논리가 있다면 매수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하지만 남들이 산다고 해서, 코스피가 사상 최
[홍장원 증권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