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직장에서 퇴직한 이후 택시업계에 뛰어든 박전진 씨(가명·58)는 지난해 말부터 '밤에는 택시 운전, 낮에는 주식 투자'라는 이중 생활을 하고 있다. 피 같은 종잣돈 1억원이 불과 5개월 새 1억3500만원까지 불자 그는 지난달 빚을 내서 주식 투자를 하기로 결심하고 투자금액을 3억원까지 끌어올렸다. 박씨는 "증권사에서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투자를 했는데 지난 20여 일간 20%가 넘는 손실을 기록 중"이라며 신중하지 못했던 결정을 뒤늦게 후회했다.
최근 잠시 주춤했던 코스피가 지난 2일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가운데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코스피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란 전문가들 분석이 상당수 개인의 공격적인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7조8833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5년 7월 31일 7조9245억원을 찍은 이후 23개월 만에 최대치다.
주목할 점은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1월 6조8000억원대를 기록했던 관련 잔액은 3월 초 7조원을 돌파하더니 6월 들어서 7조8000억원을 가뿐히 넘어섰다. 최근 19거래일 연속 증가 행진을 펼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지난달 8일 7조2931억원을 시작으로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9거래일 동안 5902억원이나 늘어났다.
이날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예탁증권 담보융자' 역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1월 12조7170억원을 기록했던 예탁증권 담보융자 잔액은 이달 2일 현재 14조7070억원으로 최근 5개월 새 2조원가량 불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코스피 낙관론과 '사자'라는 군중심리에 휩쓸려 빚을 내 주식 투자에 나서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많은 종목은 주가 변동성이 크고 예상치 못한 주가 하락으로 반대매매가 일어나면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무리한 신용거래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13% 하락한 2368.62에 마감하며 잠시 쉬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지난 2일 사상 최고치를 찍은 이후 하락세로 방향을 틀며 쉬어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대세 상승장에 대한 기대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지적하면서도 장밋빛 전망에 휩싸여 빚을 내서 주식 투자하는 방식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기업의 영업이익과 지배주주 순이익 컨센서스가 한 달 전 전망치와 비교해 각각 4.3%, 4.7% 올랐다"며 "올해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수준으로 2010~2016년 PER인 13.7배보다 저평가된 상태이며 코스피가 10~15%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연내 코스피가 250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아무리 코스피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해서 무리한 신용 거래는 자칫 개인투자자에게 악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진단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업계에서 가장 높은 이자율을 책정하고 있는 키움증권은 대출기간 15일 이내 기준으로 이자율이 11.8%에 달한다.
KTB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증권사에서도 8~9% 이자율을 책정하고
[김대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