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자산가들이 지주사 매력에 푹 빠졌다. 일부 고액 자산가들은 수십억 원이 넘는 뭉칫돈을 지주사 펀드에 쏟아부을 정도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관련 이슈 이후 기업들의 지배구조 변화가 재계 주요 이슈가 된 가운데 문재인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정책 기대까지 더해지면서다. 지주사 펀드는 저평가된 지주사와 지주사 전환을 준비하는 준지주사에 중점 투자하는 간접투자 상품이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영증권이 작년 말부터 PB 지점을 통해 VIP 고객들에게 내놓은 '신영사모증권투자신탁S' 시리즈는 현재까지 약 500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지주사에 주로 투자하는 사모펀드로 최소 가입금액이 1억원이다.
서울 강남의 한 증권사 PB는 "모 상장사 대표가 얼마 전 30억원을 한꺼번에 투자하는 등 고액 자산가들의 관심이 높았다"며 "이러한 상품의 설정액은 50억~100억원대로 2명 이상 49명 이하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사모펀드 특성을 감안하면 작지 않은 규모"라고 귀띔했다.
실제 이 펀드 수익률은 최근 들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최근 설정된 펀드들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신영사모증권투자신탁S-21호'의 3개월 수익률은 16.53%, 6개월 수익률은 19.87%를 기록했다. 신영자산운용 관계자는 "지주사 또는 준지주사와 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면서 "지주사 위주로 운용하고 주기적으로 편입 비중을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출시된 '하이지주회사포커스목표전환형사모증권투자신탁'과 '유진신지주회사플러스사모증권투자신탁' 등 지주사 관련 사모펀드들도 1년 수익률이 10% 후반에서 20%대를 기록하는 등 좋은 성과를 올렸다.
지주사 펀드는 기업 지배구조를 투명화하려는 문재인정부 정책을 바탕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경제민주화를 강조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다중대표소송제' 등을 공약으로 내걸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혀왔다. 당선 후에는 재벌 개혁·소액주주 운동 선봉장인 김상조, 장하성 교수에게 중책을 맡겨 개혁 의지를 피력했다.
이에 지주사 종목들의 주가는 지난 5월 9일 대선 이후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SK 주가는 꾸준히 올라 지난 2일 28만원을 넘어 최근 1년 사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LG는 대선 이후 지난달 말 8만원을 돌파한 뒤 5일까지 16.9% 상승했다. GS도 같은 기간 24.7%나 급등했다.
임동욱 신영증권 명동지점 이사는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춰 기업들이 지주사 전환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책에 힘이 실림에 따라 지주사 전환 속도가 빨라질 것이고 이 경우 지주사들의 주가가 크게 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주사 펀드에는 배당주·우선주·공모주 등 모든 요소가 종합선물세트처럼 골고루 들어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일일이 가치주나 배당 관련 종목을 찾아 주식을 매수하거나 지주사 이슈에서 벗어난 계열기업들이 포함된 그룹주 펀드에 투자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는 분석이다.
공모펀드인 '하이지주회사플러스펀드'를 운용 중인 박선호 하이자산운용 리서치팀장은 "코스피 전체 배당보다 지주사들의 배당 규모가 더 크고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적극적인 인수·합병(M&A) 가능성이 높은 점, 비핵심 자회사 매각에 따른 장부가 대비 매각 차익 발생 기대 등이 지주사 투자로 얻을 수 있는 메리트"라고 평가했다. 그는 "여기에 비상장
지주사 펀드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주사로 전환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고 지주사 전환에 따른 배당 요구가 거세지는 등 사회적 분위기도 지주사 펀드 수익률 고공행진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평가다.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