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판 골드만삭스 꿈꾼다⑤ / 신원정 삼성증권 IB본부장 ◆
삼성증권이 달라졌다. 아니, 빨라졌다. 그동안 보수적인 운용체계와 안정적인 의사결정의 대명사로 불리던 삼성증권이 올해 들어 IB 분야에서 눈에 띄게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5개월 새 IB 인력을 20% 늘리더니 1분기에만 기업공개(IPO) 주간 계약을 12개나 따내고 프라임브로커리지 시장에서는 점유율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자기자본을 이용한 항공기 투자 등 대체투자 움직임도 다양하다. 지난해 유상증자를 마친 삼성증권은 올해 초대형 IB 출범을 앞두고 지난 1분기 말 기준 자본금 규모 4조2000억원을 맞춰놨다. 몸집이 거대해진 만큼 자본을 적절히 잘 활용해 더 빨리 뛰는 모양새다.
신원정 삼성증권 IB본부장(사진)은 특히 전문인력을 강조했다. 자본금은 충분하고 그동안 고객들과의 네트워크도 좋았던 만큼 이제는 인력에 더 신경을 써야 할 시점이라는 얘기다. 신 본부장은 "지금 자본시장에서 활발하게 자본을 조달해가는 소위 성장기업은 전자·소매·일반기계 계열 정도"라며 "하지만 2~3년 내에 이 기업들은 미래형 자동차 전장부품이나 이커머스(전자상거래)·바이오 기업 등으로 변화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결국 지금이 이런 4차 산업혁명의 초입기라고 보면 앞으로 이 섹터를 담당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영입해 고객들보다 더 많이 공부해야 그들에게 적절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증권 IB본부에서 카이스트 기계공학 전공 박사나 약학 박사를 영입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다가오는 새로운 산업군은 기존 금융인력이 쉽게 따라잡을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는 계산이다. 최근 전장부품, 바이오업계에서 삼성증권의 IPO 주간 계약이 늘고 있는 것을 보면 신 본부장의 계산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특히 신사업군에 확충한 병력에 삼성증권 IB본부가 기존에 강했던 해외영업력까지 맞물리면 폭발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ING생명 등 삼성증권에서 나선 IPO들이 유독 해외투자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에는 항공기, 인프라 등 대체투자 부문을 강화하면서 기관뿐만 아니라 개인 고객들에게도 투
신 본부장은 "초대형 IB가 되면 삼성증권이 갖고 있는 해외 네트워크의 강점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본다"며 "특히 자산 규모가 커진 만큼 해외에서도 다양한 자본 투자가 가능해지면서 고객들에게 더 다양한 대체상품을 발굴해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