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컨소시엄이 일본 도시바 인수전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SK하이닉스 주가도 상승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인수가 확정되면 장기적 성장 동력까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수 절차가 마무리 될 내년 3월까진 변수가 많아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 장중 한 때 6만63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업황 호조로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바 입찰 소식이 추가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도시바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3국 연합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컨소시엄에는 미국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 일본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과 SK하이닉스가 참여했다. 즉 이 컨소시엄이 최종적으로 도시바를 인수할 경우 SK하이닉스는 실질적인 사업자로서 사업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게 된다.
김경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2D-낸드 플래시 분야에선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3D 낸드 시설투자확대도 예상된다"며 "웨이퍼 등 핵심 원재료도 도시바를 통해 조달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이어 "그 동안 SK그룹의 반도체 관련 인수합병(M&A)이 모두 성공적이었다는 점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우협대상자 선정이 단기적인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삼기엔 시기상조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도시바 채권단은 매각을 빨리 성사시켜 도시바 원전부문 부실을 만회하려고 하지만, 정부와 도시바 경영진은 마지막 남은 일본의 대형 반도체 회사를 회생시키길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도시바와 합작 공장을 운영하고 기술을 공유해 온 미국 반도체 기업 웨스턴디지털이 미국 법원에 도시바 매각 중단 명령을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미국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매각 작업이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황민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을 매각한다고 하지만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인력 범위가 모호하다"며 "웨스턴디지털의 승인없이 인수가 가능한지도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고 해도 그 동안 상황은 유지될 것으로 본다"며 "당분간 도시바 인수가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에 큰 변수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인수를 확정지을 경우 일각에서 우려하는 '승자의 저주' 효과는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시바 인수자금은 3조원 가량이 예상되는데 SK하이닉스의 현금 창출력을 감안하면 부담이 없는 수준"이라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일 대비 1.25%(800원) 상승한 6만4800원에 장을 마쳤다.
[윤진호 기자 /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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