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야심차게 내놓은 성과보수펀드가 당초 예상과 달리 일반 투자자들의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 못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아직 출시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긍정론과 각종 부작용을 걱정하는 회의론이 맞서고 있다.
성과보수펀드는 고객 수익률에 따라 운용사가 받는 운용보수가 결정되는 구조다. 기본 운용보수는 0.07~0.2%로 기존 펀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대신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초과수익의 일부를 운용사에 보수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펀드는 손실이 났는데 운용사가 수수료를 받아가는 것이 부당하다는 인식이 퍼지자 금융당국이 성과보수펀드 도입을 추진했고 이달 초부터 본격적으로 상품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지난 1일 트러스톤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신한BNPP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일제히 상품을 선보였고, 5일에는 KB자산운용도 관련 펀드를 내놓으면서 현재 5개의 성과보수펀드(공모펀드)가 판매중이다.
그러나 반응은 영 신통치 않은 편이다. 아직 자금유입이나 수익률 면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 22일 펀드평가사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9일까지 5개 성과보수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총 99억원에 불과하다. 설정 이후 수익률은 0.72%에서 -0.07%로 아직 미미하다.
일단 판매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성과보수 산정을 위해 별도의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사들의 경우 절대수익 추구형인 성과보수펀드가 요즘과 같은 상승장에서 매력도가 낮다는 인식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운용업계에선 출시 한 달이 안된 만큼 수익률은 좀 더 지켜봐야 하고, 합리적인 보수체계를 원한 투자자들이 많은 만큼 자금유입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성과보수펀드가 목표 수익률 이상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 운용사 입장에선 기본보수만 받을 수 있는데 일부 고객들이 이를 악용해 목표수익률 직전에 환매하는 사례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펀드 매니저가 성과보수를 위한 '묻지마 투자'를 할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업계 공감대를 얻지 못한채 당국 주도로 성과보수공모펀드 제도가 시행된 점이 문제"라며 "처음부터 운용사의 의지로 시작된 것이 아니다보니 결국 흐지부지 될 것 이라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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