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M] 상반기 사모債 발행 2조6000억 돌파…전년比 58%↑

[본 기사는 06월 26일(09:2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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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기업들이 미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자금조달에 나서면서 공모채 시장 뿐만 아니라 사모채 시장까지 급성장했다. 상반기에만 벌써 2조6000억원에 달하는 사모채 물량이 시장에 풀렸는데 전년 동기와 비교해 58%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사모채 시장이 양적인 성장 뿐만 아니라 질적인 성장 또한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행 물량의 절반 이상이 신용평가사로부터 등급평정을 받지 않은 '무등급' 회사채였고 만기 2년 미만의 단기채 비중이 55.9%에 달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기업들의 사모채는 만기가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2일까지 발행된 사모채는 총 2조657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6751억원)과 비교하면 58.7% 늘어난 것이다. 월별 발행규모를 살펴보면 1월 960억원, 2월 5475억원, 3월 4193억원, 4월 8883억원, 5월 4910억원, 6월 2156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대적으로 금리 변화에 민감한 사모채의 특성을 보여주듯이 미 기준금리 인상 직전과 직후에 사모채 발행이 급증했다.
지난 3월 15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기준금리를 0.50~0.75%에서 0.75~1.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당시 연준은 ＂앞으로 경제가 점진적인 금리인상을 보증할만한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6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기업들이 잇달아 회사채 발행에 나서면서 4월달에는 9000억여원에 달하는 사모채가 시장에 풀렸다. 인상 직전인 2월에는 5500여억원의 사모채가 발행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사모채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에게 주요한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된다. 발행 전에 미리 투자자들과 발행조건을 협의하기 때문에 '미매각' 사태가 발생하지 않고 증권신고서 제출 및 신용등급 평정 등 복잡한 절차를 진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수년간 회사채 공모시장이 AA급 이상 우량채와 A급 이하 비우량채로 양극화됨에 따라 BB급 이하 공모채는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 때문에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공모채 대신 사모채와 전환사채(EB), 교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으로 발길을 돌렸다.

한편 올 상반기 발행된 사모채의 절반 이상이 단 한번도 신용평가사로부터 등급평정을 받지 않은 '무등급'으로 집계됐다. 전체 186개의 사모채 가운데 '무등급'은 117건(62.9%)로 가장 많았고 BB급 3건(1.6%), BBB급 34건(18.3%), A급 25건(13.4%), AA급 7건(3.8%)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결과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신용등급 높은 회사채를 선호하는 반면에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에 투자하는 하이일드펀드의 규모는 아직까지 4조원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채무조정안이 발표된 후 자산운용사와 보험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BBB급 회사채는 물론이고 A급 회사채마저 외면했고 결국 A등급 이하의 기업들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사모채 시장으로 몰려 들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회사채 시장은 신용등급이 높은 상장기업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중소·중견기업들 입장에서는 공모채 발행이 쉽지 않다＂라며 ＂BBB급 이하 회사채에 대한 정부의 정책지원과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투자 의지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정책금융기관 또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지난 3월 금융위원회는 중소·중견기업 회사채 시장의 수급안정을 위해 2조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우선 회사채 신규발행 지원을 위해 회사채 인수지원프로그램을 당초 5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증액했고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를 통해 중소기업 채권시장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시장에서 잘 거래되지 않는 BBB~A등급 회사채를 최대 5000억원까지 인수하고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기관투자자들에게 재매각하거나 유동화증권으로 바꿔 시장에 내놓을 방침이다.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