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9대책' 약발 없는 서울
↑ 정부가 현장 단속에 나서면서 강남 주요 지역 공인중개사사무소가 휴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29일 중개업소가 모두 문을 닫은 개포동 한 상가의 모습. [한주형 기자] |
하지만 청약 현장엔 수요자들이 몰리며 부동산시장에선 벌써 '6·19대책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과열 지역을 잡기 위한 '핀셋 규제'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오히려 쏠림현상으로 서울과 지방의 집값 격차만 더 커지는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 4구, 마포구, 성동구 등 소위 과열 지역 중개업소들은 문을 열었다가 단속 '소문'이 돌면 다시 문을 닫는 '숨바꼭질'을 계속하고 있다. 강남구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오전에 잠시 문을 열었다가도 어느 지역에 '단속이 떴다'는 소식이 돌면 다시 닫는 게 일상이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개업자들은 정부가 약발이 없는 맹탕 대책을 내놓고는 중개업소만 저인망 단속을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부산 C중개업소 관계자는 "다운거래 등 분양과 관련 없는 중개업소들까지 모두 문을 닫고 있다"면서 "잘못한 건 없지만 단속에 걸리면 거래자료를 모두 들고가 어차피 영업에 차질이 있다는 소문 때문에 문을 못 열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이와 관련해 "부동산 과열이 진정될 때까지 단속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인 '6·19대책'에 따라 서울 전역이 입주 시(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분양권 전매를 할 수 없게 됐지만 신규 분양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지난 28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DMC 롯데캐슬 더퍼스트'(수색뉴타운 4구역)는 일반모집 324가구에 1만2305명이 몰리면서 민간 분양 아파트 기준 올해 최고 평균 경쟁률인 37.98대1을 기록했다.
DMC 롯데캐슬 더퍼스트에 1순위 신청했다는 윤 모씨(33·양천구 목동 거주)는 "내 집 마련을 위해 10여 년간 서울 집값 변화 추세를 보니 전·월세를 사느니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전세금을 계속 올려주거나 입지에 비해 비싼 월세를 내면서 신혼살림을 꾸리는 것이 오히려 자산 증식에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분양 관계자는 "상담자들은 실수요 목적이 대부분이어서 전매 제한보다는 중도금 무이자나 인근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를 눈여겨보는 눈치였다"며 "일부는 7월 대출 규제를 피하자는 심리의 영향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6·19대책이 서울·경기 등 과열 지역의 집값 상승은 잡지 못하고 오히려 주택시장 경기가 좋지 않았던 지방에만 악영향을 끼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은 전주 대비 가격 상승률이 0.23%로 지난주와 동일했다. 강남 3구 중 강남구와 서초구는 오히려 지난주보다 가격 상승폭이 더 가팔라졌다. 강남구는 지난주 0.11%에서 이번주 0.24%로 상승폭이 2배 이상 커졌고, 서초구는 0.20%에서 0.23%로 0.03%포인트 올랐다. 송파구는 0.09%에서 0.08%로 상승률이 소폭 둔화됐다. 경기도는 0.07% 상승해 지난주 0.06%보다 상승폭이 커졌고, 인천은 0.08%로 지난주와 같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전 대구 부산 울산 광주 등 지방 5개 광역시의 상승률은 지난주 0.02%에서 이번주 0.04%로 상승했다. 광역시를 제외한 기타 지방은 보합에서 이번주 0.04% 하락으로 전환했다. KB국민은행 조사는 중개업소가 직접 시세 데이터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런 가운데 하반기 집값은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9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2017년 하반기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를 열어 하반기 부동산시장은 △공급 증가 △금리 상승 △정책 규제 등 3대 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서울은 상승세를 보이는 반면 지방은 하락세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안은 고용 중심지와 가깝고 소득수준이 높은 수요층이 거주하기 때문에 비교
■ <용어 설명>
▷ 서킷브레이커 : 주식시장의 과열과 폭락을 방지하기 위해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제도. 전기회로에서 과열된 회로를 차단하는 장치 이름에서 유래했다.
[김기정 기자 / 용환진 기자 / 김인오 기자 /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