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섬유 장비 업체 이노인스트루먼트와 화장품 업체 엠피한강 주가도 스팩 합병 이후 각각 48.36%와 43.75% 상승했다. 이 밖에도 우정비에스씨, 모비스, 고려시멘트가 합병 기준가 대비 10% 이상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12개 기업 중 9개 기업 주가가 합병 기준가보다 높다.
스팩은 비상장 기업과의 합병을 목표로 하는 서류상의 회사다. 우리 시장에는 2009년 도입된 제도다. 스팩은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과정에서 공모액을 미리 확보한다. 공모 규모는 작게는 50억원에서 크게는 300억원까지 다양하다. 스팩과 합병하는 회사는 일반적인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스팩이 공모자금을 흡수하고 상장법인이 될 수 있다.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이나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점 때문에 시장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이 주로 상장하는 통로로 이용했다.
우량 기업은 스팩 대신 직상장을 택하다 보니 스팩 합병 기업은 정작 합병 후 주가 흐름이 부진한 경우가 많았다. 2014년 26건, 2015년 45건으로 꾸준히 늘던 합병 건수도 지난해에는 12건으로 줄어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스팩 합병 기업들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종경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이 공모 흥행 실패에 대한 우려를 덜고 확정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스팩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올해 스팩 합병 상장 기업은 20개를 넘길 전망이다. 하반기에는 RFHIC, 디딤, 세화피앤씨 등 7개가 상장 예정이다. 증권사들도 스팩을 적극적으로 시장에 내놓고 있다. 상반기에만 12개 스팩이 상장을 마쳤으며 현재 코스닥시장에는 43개 스팩이 합병 대상 법인을 찾고 있다. 상장 후 3년 내 합병 대상 법인을 찾지 못한 스팩은 상장폐지된다. 그 경우에도 주주들은 원금에 연 2% 수준 이자를 더한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합병 전부터 투기성 자금이 몰려 주가가 널뛰기를 반복하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스팩의 경우 시가총액이 적고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물량이 적다 보니 주가 변동이 크다. 그 때문에 "합병 대상 기업을 찾았다"는 소문이 퍼져 아무런 이유 없이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기록한 뒤 줄곧 하락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스팩의 경우 합병 대상을 찾는 것만이 유일한 호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합병을 추진하게 되는 경우에도 주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급등하기 쉬운 구조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일시적 주가 급등에 주목하기보다는 합병 결정 공시를 꼼꼼히 살필 것을 조언한다. 기존 스팩 주식 수와 합병 후 발행하는 신주 주식 수에 합병 기준가를 곱하면 합병 후 예상 시가총액이 나온다. 거기에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대입하면 주가수익비율(PER)을 알 수 있다. 이를 해당 업종의 PER와 비교해볼 수 있다. 실제로 올해 합병을 마친 고려시멘트와 넷게임즈는 기업가치를 높게 잡았다는 논란을 빚자 합병 비율을 대폭 수정하기도 했다. 최 연구원은 "작년 하반기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올해 스팩 합병 종목들이 기업가치를 낮게 적용받았다"며 "이것이 상장 후 기업 주가를 올린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스팩을 상장시킨 증권사의 이력도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국내에 도입된 지 7년이 넘은 만큼 과거 상장 실적에 대한 추적이 가능하다. 아울러 상장폐지 시한(
■ <용어 설명>
▷ 스팩(SPAC·기업인수 목적회사) : 비상장 기업과의 합병을 목표로 하는 서류상의 회사. 스팩과 합병하는 회사는 일반적인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스팩이 공모자금을 흡수하고 상장법인이 될 수 있다.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