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지역구 공천이 사실상 마무리됐습니다.
이제 비례대표 심사에 들어갔는데, 공천 초반 공언했던 '개혁'은 어디로 갔는지 고개를 갸웃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정치부 취재기자와 알아봅니다.
강상구 기자.
- 먼저 민주당을 볼까요.
'박재승표 공천혁명'이라는 말까지 들으며 국민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는데, 정작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기대에 못미쳤다는 반응이 적지 않아요.
= 아무래도 그렇죠?
현역 교체 비율이 잣대로 작용한 것 같다.
아직 진행중이지만, 호남만 놓고 본다면 애초에 약속했던 현역 교체율 30%가 지켜졌다.
하지만 수도권을 비롯해 여타 지역에서는 현역들이 그대로 공천을 받는 사례가 많았다.
신청자 자체가 워낙 적었던 속사정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국민들 보기에는 뭔가 미진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 더구나 지금에 와서는 공천심사위원회와 당 지도부, 특히 옛 민주당과의 갈등이 전면에 부각되면서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데요.
= 전략공천 과정에서부터 시작됐죠.
어디에 몇군데를 하느냐를 두고 논란이었는데, 손학규 대표와 박재승 위원장은 가까스로 합의점을 도출했지만, 박상천 대표가 여전히 불만인 상태죠.
전략공천이 15 군데 남아 있는 상황에서, 어제밤 비례대표 문제로 드디어 갈등이 폭발했다.
당 지도부가 비례대표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명단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공천배제 대상으로 명시됐던 신계륜 사무총장과 김민석 최고위원이 포함되면서 박재승 위원장이 노발대발했다.
일각에서는 '사퇴' 가능성까지 거론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두사람의 포함은 표면적인 이유고, 결국은 비례대표 선정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가 싸움의 핵심이다.
지금은 당 대표와 공심위원장의 '합의'로 정하도록 돼 있는데, 그 합의의 실제 내용을 둘러싼 공방이라고 봐야 하겠다.
- 비례대표 선정에 난항을 겪기는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죠?
= 어제 아침 8시부터 시작된 공심위가 12시까지 회의를 계속했다.
하지만 결과는 이렇다 할 게 없는 가운데, 중간에 강창희 전 의원이 두 번이나 문을 박차고 나왔다.
진통의 한 단면이다.
일부에서는 청와대 입김에 휘둘려 비례대표 선정 작업이 난항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이번 주말쯤에는 명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사실상 검증은 어려운 일정이다.
- 사실 한나라당은 비례대표도 문제지만, 이른바 친박 탈락자들의 집단 행동이 주된 관심사 아니겠습니까?
= 어제 친박 연대가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냈죠.
서청원 전 대표, 홍사덕 전 국회부의장, 이규택, 엄호성, 이강두 의원, 함승희, 전용원 전 의원 등이 참여했거나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은 총선에서 자체적으로 원내교섭단체, 즉 20석 정도는 얻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물론 친박 탈락자들은 또다른 흐름의 움직임도 있다.
무소속 연대인데, 김무성, 박종근, 이해봉, 이인기, 유기준, 김태환, 한선교 의원이 여기에 해당한다.
한쪽은 '친박'을 전면에 내세우고, 다른 한 쪽은 그냥 '무소속'이라는 건데, 이들의 출마 지역을 보면 그 배경을 알 만 하다.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친박연대는 주로 수도권에 기반을 두고 있는 반면, 무소속연대는 한나라당의 아성인 영남, 그것도 대구 경북이 주축이다.
정작 박근혜 전 대표 본인은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은데, 그 입이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박 전 대표는 오늘 한나라당 공천자 대회에서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 관련해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움직임도 관심이죠.
어제 친박 김무성 의원을 지원하면서 "한나라당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말했는데,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 일단 김 전 대통령의 말부터 직접 들어볼까요?
인터뷰 : 김영삼 / 전 대통령
-"이 버릇을 고쳐줘야한다. 버르장머리 고쳐서 김무성 의원을 국회에 보내주는 일을 해달라. 긴말 드리지 않고 이 부탁 하나만 하고 간다"
김무성 의원은 친박계 좌장이기도 하지만, 상도동계 막내이기도 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는 각별한 사이이고.
물론 더 직접적인 이유는 경선 과정에서부터 내놓고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배신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는게 좋겠다.
아들 현철씨는 공천에서 원천배제되고, 측근 박종웅 전 의원은 입당도 거부되고, 구겨진 체면을 만회할 기회를 만들고 싶었던거 같다.
문제는 이 움직임이 친박 또는 무소속 연대와 어떻게 연관지어지느냐인데, 현재로서는 더이상의 진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한나라당의 아성에서 무소속의 반란이 성공할 가능성은 더 커졌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 끝으로 선진당 움직임 체크해 보죠.
사실 친박 연대의 결정으로 가장 실망한 사람은 이회창 총재가 아닐까 싶은데요.
= 친박 연대에 합류한 인물들 상당수가 선진당 행을 심각하게 고민한게 사실이다.
몇몇 사람은 깊숙하게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서로간에 요구와 기대 수준이 다르다 보니 한
선진당은 대신에 민주당 출신들 영입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충북에서는 이용희 국회부의장, 대전 충남권에서는 이상민 의원이 선진당에 합류했다.
이회창 총재는 오늘도 충청도로 간다.
성과는 좀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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