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총상위 30곳 CEO주가 분석
특히 장수 CEO가 포진한 LG생활건강, 삼성전자, LG화학, SK하이닉스는 2014년 대비 올해 예상 영업이익이 2배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업종 중에선 CEO 임기가 5년 넘은 하나금융지주가 이 기간 순이익이 꾸준하게 증가하며 주가수익률이 업종 내 1위를 달리고 있다.
5일 매일경제신문이 시가총액 상위 30곳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CEO 임기가 3년 이상인 대형주는 분석 대상 30곳 중 17곳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 이내 CEO가 교체된 곳은 직전 CEO 임기를 적용했다. 가령 롯데케미칼은 2014년보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이 8배 이상 뛰고 2014년 이후 지난 3일까지 주가수익률이 121%에 달한다. 이 같은 실적에 대한 공로는 올해 초 새로 선임된 CEO보다는 작년까지 롯데케미칼을 이끈 허수영 사장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을 포함한 17곳의 2014년 대비 올해 영업이익 증가분(추정치 기준)은 52조3108억원에 달한다. 실적 추정이 가능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01곳이 같은 기간 벌어들이는 이익(78조5213억원)의 67%를 차지한다.
반면 분석 대상 30곳 중 오히려 3년 새 이익이 줄어드는 대형주는 6곳으로 모두 CEO 임기가 3년 이하로 나타났다.
장수 CEO가 포진한 대형사의 3년 이익 증가폭이 높은 것은 단기 실적에 치중하지 않고 이들이 설비투자나 연구개발(R&D)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주가수익률도 높았다. 3년 이상 CEO가 자리를 지킨 종목 17곳의 3년 주가수익률(2015년 1월 2일~2017년 7월 3일)은 평균 38%로 같은 기간 코스피상승률(24.3%)을 압도했다.
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보통 소유주(오너) 없이 2~3년마다 CEO가 바뀌는 회사는 임명권자의 사익 추구를 위해 회사가 운영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반면 어느 정도 임기가 보장된 CEO는 장기 성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R&D 투자를 늘린다든지, 관련 인력을 더욱 확충하는 식으로 지속가능한 기업을 추구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말 현재 현직 CEO(오너 제외) 재임 기간이 가장 긴 곳은 차석용 부회장(12년6개월)이 이끄는 LG생활건강이다.
차 부회장이 이끈 12년 동안 매년 실적이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R&D 투자를 꾸준히 늘린 것도 이익 증가의 원인이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2013년 2.4%에서 올해 1분기 2.7%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같은 업종 경쟁자인 아모레퍼시픽과 대조된다. CEO 임기가 LG생활건강보다 짧은 3년6개월인 데다 같은 기간 R&D 비중은 2.7%에서 1.8%로 뚝 떨어졌다.
일찌감치 중국 리스크에 대비해 대만이나 베트남으로 수익 다변화 전략을 편 것도 적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에 비해 중국 의존도가 낮고 주가수익비율(PER)도 낮아 저평가돼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라고 평했다.
3년 주가수익률로 봐도 LG생활건강이 59% 올라 아모레퍼시픽(40.3%)을 능가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직원 평균 근속연수로 보면 LG생활건강이 10년으로 아모레퍼시픽(7.6년)보다 길었다.
5년 넘게 하나금융지주를 이끌고 있는 김정태 회장은 이 거대 금융지주사를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1조클럽(순이익 기준)'에 올릴 태세다.
올해 들어 지난 3일까지 주가가 46%나 올랐다. 이는 김 회장의 중장기 전략과 함께 외환은행의 성공적 합병에 따른 영업력 강화가 바탕이 됐다. 특히 김 회장은 지난 3월 함영주 하나은행장과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을 연임시키며 주가 변동성에 크게 작용하는 CEO 리스크도 잠재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국내 금융지주사 중 가장 오랫동안 CEO 자리를 지켜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분명 존재한다"고 밝혔다.
권오현 부회장도 5년간 삼성전자를 이끌며 대박 행진을 이어왔다. 7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는 올해 5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2014년 대비 이익이 두 배로 껑충 뛰는 셈이다. 33년간 반도체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는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도 CEO 자리를 4년 넘게 지키고 있다. SK하이닉스의 3년간 영업이익 증가율은 130%에 달할 전망이다.
반도체의 두 수장은 관련 업종의 초호황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장기 집권하고 있다. 이들은 투자자들도 만족시키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상승률은 각각 31%, 48.3%에
박진수 부회장(4년6개월)도 LG화학의 영업이익을 3년 새 두 배로 키운 주인공이다. 3년간 주가상승률도 63.8%에 달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은 모두 직원 근속연수가 10년이 넘는 것도 공통점이다. 근속연수를 밝힌 코스피 상장사 201곳의 평균 근속연수는 9년이다.
[문일호 기자 /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