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업체의 이익 급증과 부실 기업의 흑자 전환에 힘입어 올해 하반기 상장사 영업이익이 100조원이라는 신기원을 이룰 전망이다. 여기에 금리 상승으로 인해 금융회사 이익도 늘어나면서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사상 최고치인 194조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업간 '실적 양극화'가 극심해져 코스피 상승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10일 매일경제신문이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증권사 실적 전망치가 있는 유가증권시장 기업 338곳(전체 상장사의 44%)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올 하반기 예상 영업이익은 100조원, 예상 순이익은 74조5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들 상장사의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영업이익은 각각 75조1655억원, 65조2255억원이었다. 올 상반기엔 93조9729억원의 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하반기 이익이 늘어나 상장사 '뒷심'이 강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같은 상장사 질주의 선봉에 섰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에만 14조원 규모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하반기 6개월간 이익(14조4209억원)만큼 번 셈이다. 이어 올 하반기에는 27조9233억원의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하반기 이익 14조4209억원의 두 배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 이익이 전년동기대비 2.9배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같은 4차산업 혁명 관련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두 업체의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243만3000원이라는 사상 최고가를 썼다.
금융 '대장주' KB금융은 작년 하반기 384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올 하반기 1조5456억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작년 하반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대우건설은 올 하반기 400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 상반기 사드 악재로 고전하던 현대차와 포스코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 증가율이 각각 35.7%, 37.9%에 달해 '뒷심'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게 문제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예상치에서 두 곳이 차지하는 비중이 33%에 달한다. 최근 북한 리스크와 유가도 하반기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반도체 기업만으론 코스피가 대세 상승으로 가기엔 한계가 있다"며 "올 들어 코스피가 기업 이익에 민감하고 북핵 리스크에는 둔감한데 하반기엔 이같은 추세가 역전될 수 있고 금리나 유가 탓에 업종별 실적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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