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조절 마음대로` 임대 서비스 나온다

아파트 보증금과 월세를 수시로 변경할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온다. 12일 변호사 부동산 서비스 업체 트러스트(대표 공승배)는 보증금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주택임대관리 서비스 '트러스트 스테이'를 공개했다.
트러스트 스테이를 이용하면 집주인과 세입자는 상대방의 동의없이 언제든 보증금·월세 조건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 여유자금이 있으면 연 2.4% 전월세전환율을 적용해 월세를 줄일 수 있고, 보증금을 더 늘리고 싶을 때는 '한국은행 고시 기준금리+3.5%(현재 기준 연 4.75%)'로 조달할 수 있다.
보증금 6억원에 월세 50만원을 받고 있는 아파트의 집주인과 세입자가 있다고 하자. 집주인이 1억원의 보증금이 더 필요할 경우, 월세를 11만원으로 낮추는 대신 보증금을 7억원으로 높일 수 있다. 이때 월세는 연 4.75%의 전월세전환율만큼 낮아진다.
반대로 보증금을 5억원으로 낮추고 1억원을 트러스트에 반납하면, 월세는 연 2.4% 전월세전환율만큼 높아진 70만원으로 늘어난다. 세입자도 마찬가지다. 세입자는 보증금을 7억원으로 올리는 대신 월세를 30만원으로 낮추거나, 보증금을 5억원으로 낮추고 월세를 89만원으로 높일 수 있다.
집주인은 서비스 이용료 없이 임대계약 가능하지만, 보증금·월세 비중을 변경하거나 1년치 월세를 선납 받으면 그 때부터 월세의 5%를 서비스 이용료로 내야 한다. 세입자는 매년 연평균보증금 0.22% 수준의 서비스 이용료를 내며, 임대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납부하게 된다. 제휴은행인 전북은행은 현금관리기관으로서 계좌 전체를 통제하고 지급보증을 한다.
전월세 보증금을 임대계약 기간 중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은 이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이 행복주택 등 임대주택에 적용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민간 재고주택은 해당사항이 아니었다. 공승배 트러스트 대표는 "트러스트 스테이는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키고 월세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세입자와 월세수입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집주인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 등 공공에서 일부 시행돼 온 제도를 민간에 도입한 것으로 기본적으로 주택임대시장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사업모델"이라면서도 "세입자의 경우 매년 연평균 보증금 0.22%를 수수료로 내야 하는 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러스트 스테이'에서는 트러스트가 집주인에게는 월세를 지급할 채무를 지고, 세입자에게는 보증금을 반환할 채무를 진다. 집주인과 세입자는 월세 연체나 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없어진다는 게 트러스트 측 설명이다. 세입자에 대한 보증금 반환은 제휴기관인 전북은행이 지급보증한다. 대신 트러스트는 집주인 집에 근저당을 설정해 보증금 반환을 보장받는다.
한편 집주인들이 근저당 설정을 원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근저당이 잡힐 경우 등기부네 전세권이 설정돼 주택담보대출 금액이 담보의 20%가량 줄어든다"면서 "집주인들의 근저당 비선호가 서비스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윤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