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R는 신임 공동 대표에 대해 "글로벌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KKR의 핵심 가치를 구현할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규모가 큰 팀을 운영해봤고 새로운 사업을 이끌었으며 펀드 투자자에게 가치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KKR가 보유한 가장 뛰어난 리더 중 2명이라고 덧붙였다. 조셉 배는 KKR의 사모펀드, 인프라스트럭처, 부동산, 에너지 투자 부문을 관할하게 된다.
KKR 후계자 중 한 명으로 전면에 부상한 조셉 배는 1972년생으로 선교사인 부친을 따라 두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한인교포 1.5세다. 하버드대를 우등으로 졸업한 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입사해 금융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조셉 배는 한때 피아니스트를 꿈꿨지만 골드만삭스 입사를 계기로 금융업에 열정을 바쳤다. 그는 1996년 KKR에 합류한 뒤 자신의 진가를 입증해냈다.
2005년 홍콩으로 건너가 KKR의 아시아 사업을 일궈냈고 10년 만에 아시아 9개국에 진출하는 선봉에 섰다. 2013년에는 60억달러(약 6조8000억원) 규모의 당시 아시아 지역 최대 역내펀드를 결성해 아시아 투자업계 역사를 새로 썼다. 아시아총괄대표로서 120여 명에 달하는 아시아권 임원들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KKR에 새로운 수익처를 안겨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KKR는 아시아에서 93억달러 경영권 인수펀드의 자금 모집도 끝마쳤다. 2014년 초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역외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딜로 주목받은 오비맥주 매각을 성사시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2009년 18억달러(약 2조원)에 산 오비맥주를 AB인베브에 58억달러(약 6조5000억원)를 받고 팔면서 4조원대 대박을 터뜨렸다. 이는 일본 파나소닉헬스 딜과 함께 KKR 역대 거래 중 가장 수익성이 높은 사례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버드대 학부 시절에 만난 아내 재니스 리 씨는 홍콩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한국계 소설가로 '피아노티처'라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둘 사이에 네 자녀를 두고 있다.
조셉 배는 2014년 5월 매일경제가 주최한 글로벌대체투자 콘퍼런스에 참여한 뒤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한 인연을 갖고 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해외투자를 모색하는 한국 기업이나 기관투자가와 협력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조셉 배 공동 대표의 약진과 함께 존 김 뉴욕라이프 사장 겸 최고투자책임자(CIO), 피터 황 메릴린치 부사장, 윤제성 뉴욕라이프자산운용 CIO 등 미 월가의 높은 벽을 뚫고 맹활약하고 있는 한인 고위급 인사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한편 조셉 배와 너탤이 세계 4대 사모펀드로 꼽히는 KKR의 차기 선장으로 사실상 입지를 굳히면서 후계자 후보군에 포함됐던 알렉스 나바브 KKR 사모펀드 부문 미주지역 대표는 은퇴 수순을 밟을 전망이라고 FT는 전했다.
▶ KKR(Kohlberg Kravis Roberts)는
블랙스톤, 칼라일그룹,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4대 사모펀드이자 기업 인수·합병 전문기업이다. 제롬 콜버그, 헨리 크래비스, 조지 로버츠 공동 창업자가 1976년 설립했으며 운용자산이 올해 3월 기준 1380억달러(약 156조원)에 달한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사진 = 이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