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0선까지 터치했던 코스피가 잠시 숨을 고르는 모양새다. 10년 박스권을 탈피한 코스피 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20% 상승하며 한풀이를 해왔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고민은 여전하다. 주식형펀드 환매가 급증한 것에서 보듯 일단 차익을 실현해놓고 관망하는 투자자가 한 종류다. 반면 한동안 주식시장을 외면했던 투자자들은 이제라도 뛰어들어야할지 고심한다.
주식투자는 '타이밍의 미학'이라지만 개인 투자자들에겐 들고나는 순간을 잡기가 미적분보다 어렵다. 30년 안팎 증시를 지켜본 전문가들의 시각이 궁금할 때다.
첫번째 순서로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를 만났다. 1989년 증권업계에 들어와 1996년 신영자산운용 설립 때부터 한우물을 판 1세대 펀드매니저다.
첫 질문은 코스피가 계속 달려갈지 여부였다. 그는 "기다리는 조정은 없다는 증시 격언이 있다"며 "8개월째 올랐으니 한두달 쉬어갈 수는 있지만 지금보다 10% 빠져 2200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은 적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직관적으로 볼 때 지금 장세는 (대세상승기 초입이던)2005년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했다. 2005년은 적립식 펀드 붐이 불기 시작하고 퇴직연금 제도가 처음 도입됐던 시기다.
그가 한국 증시의 하방경직성, 나아가 지속적 우상향 곡선을 낙관하는 근거는 풍부한 유동성, 기업이익 개선, 새 정부의 정책기조 등이다. 허 대표는 "국내에 유동성이 매우 풍부하기 때문에 조정이 오면 자금이 더 들어올 것"이라며 "부동산은 정부가 조이고 있고 금리가 오르니 채권으로도 자금이 못간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신흥국 평균만 돼도 1~2년 후 지수가 지금보다 20~30%는 올라 있을 것"이라며 "한국 증시가 인도네시아나 태국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 지금처럼 외국인만 투자하면 우리가 만든 부(富)는 외국인이 다 가져간다"고 덧붙였다.
신흥국 주요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3~17배 수준인 데 비해 우리는 여전히 10배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얘기다. PER이 낮을수록 실적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허 대표는 또 "문재인 정부의 소액주주 가치 제고 정책도 주식시장 가치를 높일 것"이라며 "지금 국면에서 가장 좋은 재테크는 성장하는 우량기업의 주주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어떤 주식을 골라담아야 할까. 그는 "정보기술(IT)주와 은행주가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증시는 부익부빈익빈"이라며 "개인 투자자들은 '남의 집 잔치'같은 기분일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외국인 장세에서 대형주만 올라갔지만 앞으론 지난 3년간 소외됐던 중소형주 투자가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 있다"며 "덜 오른 중소형 우량주에 베팅하는게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자산운용이 지난 24일 소리소문없이 출시한 중소형주펀드에는 이틀새 580억원이 몰렸다. 외국인들이 최근 코스닥 종목 매수에 나선 것도 중소형주 저가 매수의 연장선에 있다.
당분간 해외투자보다는 국내투자가 수익률이 더 좋을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그는 "원화 강세 시기엔 해외투자보다 가격 메리트가 큰 국내 주식이 매력적"이라고 했다.
다만 단기 매매보다는 장기 투자로 마인드를 바꾸고 각자의 기대수익률에 맞춰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 주식시장에서 부자가 된 사람은 대주주들이었다"며 "단기 투자자는 주식을 가져봤지, 시세를 가져보지 못했다. 개인들도 대주주 마인드로 투자를 해야할 시기"라고 꼬집었다.
허 대표는 "시장평균 수익률을 원하면 대형주,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하면 중소형주를 사놓고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긴 낚시줄에 여러 개의 낚시를 달아놓은 '주낙'처럼 각자의 투자성향에 맞는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
그는 "대주주 과세를 강화한다는데 그렇다면 (고액 투자자에게도)펀드 분산투자가 대안"이라며 "교과서같지만 투자수익률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우상향하는 펀드를 골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헌철 기자 /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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